의장·등기이사 사임, 총수지정·중대재해법 회피 시각
미국국적 창업자 비판 … 탈퇴·불매운동 시작 후폭풍
삼성출신 안전부사장 영입이후 사망사고에 대형화재

▲ 김부겸 국무총리가 19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 중 숨진 고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의 빈소가 마련된 하남 마루공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부겸 국무총리가 19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 중 숨진 고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의 빈소가 마련된 하남 마루공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17일 새벽 큰 불이 나면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이 순직하는 등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화재 진화는 나흘째인 20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쿠팡은 17일 김범석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날이다.

쿠팡은 창업자가 한국 쿠팡 지분 100% 보유한 미국 증시 상장법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하며 해외 진출 등 글로벌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창업자의 행보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산 규모가 커지며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된 쿠팡이 향후 동일인(총수)에 창업자가 지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1일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하며 쿠팡을 포함했지만, 동일인으로 김범석 당시 이사회 의장이 아닌 법인 '쿠팡'을 지정했다.

공정위는 미국 국적 김범석 의장이 미국 회사 쿠팡 아이엔씨를 통해 한국 쿠팡을 지배하고 있지만,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형사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범석 창업자는 쿠팡 아이엔씨의 의결권 가운데 76.2%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후 필요하다면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상황 변화에 대비해 김 의장이 미리 한국 내 모든 지위를 내려놨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면서 꼼수 사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면서 꼼수 사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한국쿠팡 노동자 사망해도 김범석 처벌 '불가'

공교롭게 김 의장의 등기이사 사임 소식이 전해진 날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법과 연관 짓는 분석도 있다.

김범석 창업자가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것은 지난달 31일이지만 지난 14일 주주총회 이후인 17일에 사임 발표를 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아닌 대형참사인 '중대시민재해'도 경영자와 법인이 같은 수위의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지난 1월 공포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범석 창업자가 형식상 한국 쿠팡 경영에서 손을 뗀 만큼 앞으로 쿠팡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이 발생해도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한 네티즌은 "100조짜리 회사 물류센터에 에어컨도 하나 없었단다. 그래서 근로자들이 문어발 멀티탭에 선풍기 꽂아 쓰다가 화재 발생해 애꿎은 소방관까지 목숨을 잃었다"며 "애초에 회사가 노동자 복지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더라면 안 일어났을 인재였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화재나고 5시간만에 즉시 사퇴, 검은머리 외국인답다"며 "사고치고 나서 그냥 총수자리 내놓으면 그냥 아무 일도 없는거냐. 코미디하냐"고 글을 올렸다.

▲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 연합뉴스

◇ 창업자 김범석 비판 목소리 고조 '불매 운동'

쿠팡 노동환경과 창업자 김범석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쿠팡을 탈퇴하고 쿠팡 앱을 삭제했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는 등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쿠팡 탈퇴'가 실시간 트렌드가 되고 있다. 고객들은 '탈퇴'를 인증하는 이미지 등을 올리고 있다.

쿠팡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쌓여가던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탈퇴'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검은머리 외국인, 돈은 벌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생각인가"며 "한국에서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기업활동이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지 꼭 확인하자"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한민국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악마의 미국기업 쿠팡, 이런 악마의 기업은 이 땅에 공존 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익일배송)이라는 빠른 배송을 내세워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늘면서 전년보다 91% 늘어난 13조원 매출을 올렸다.

이같은 실적을 기반으로 지난 3월에는 미국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 19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지난 17일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을 찾기 위해 내부에 진입했던 구조대원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19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지난 17일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을 찾기 위해 내부에 진입했던 구조대원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빠른배송' 13조원 매출 … 회사 운영방식 '논란'

그러나 쿠팡은 외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회사 운영 방식을 두고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빠른 배송'을 강조하다 보니 물류센터 근무자들에게 지나친 노동을 강요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1년 4개월간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장덕준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월 장씨 죽음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산업재해로 인정했지만, 장씨의 유족들은 회사 측에서 진심을 담은 사과조차 없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보건당국이 마스크 착용과 환기, 소독 같은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외부 요인에 원인을 돌리며 반발해 비판을 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여러 차례 화재 위험 등을 제기했지만, 회사측에서 안일하게 대응해 결국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부실한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화재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이번 사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 삼성출신 유인종 쿠팡 안전부사장이 출간한 '생각을 바꿔야 안전이 보인다'.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출판이 무색하게 됐다. ⓒ 세이프타임즈
▲ 삼성출신 유인종 쿠팡 안전부사장이 출간한 '생각을 바꿔야 안전이 보인다'.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출판이 무색하게 됐다. ⓒ 세이프타임즈

◇ 삼성출신 유인종 부사장 안전 전문가 맞나

김범석 의장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쿠팡 이사회 의장직은 강한승 대표이사가 맡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다.

지난해 9월 쿠팡에 합류한 유 부사장은 삼성물산 출신의 국내 안전관리 분야 전문가로 쿠팡은 설명하고 있다. 쿠팡은 대표이사 직속으로 상황대응팀을 구성, 유인종 부사장이 화재현장 상황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유인종 부사장이 부임한 뒤에도 노동자는 계속 숨지고 대형참사까지 발생하면서 안전 전문가 능력에 의구심도 일고 있다.

유인종 부사장은 삼성코닝, 삼성에버랜드 등에서 33년간 안전관리를 한 뒤 쿠팡으로 이적해 '생각을 바꿔야 안전이 보인다'는 책을 출판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아주대 산업대학원 환경공학과, 명지대에서 재난안전학박사를 취득했다. 1987년 삼성코닝에 안전관리자로 입사해 수원공장과 구미공장에서 근무했다.

2006년 삼성에버랜드(삼성물산 리조트부문)로 관계사 전배후 본사 환경안전팀장을 거쳐 2009년 삼성그룹 최초 안전관리자 출신 경영임원이 됐다.

삼성에버랜드를 디즈니랜드 등 해외 선진 테마파크 수준 이상으로 안전한 테마파크를 구축, 2016년 IAAPA(세계테마파크협회) 컨퍼런스에서 우수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재직시 그룹에서 '자랑스런 삼성인상(환경안전부문)', 고용노동부장관상 2회, 환경부장관상 2회, 산업자원부장관상 및 2018년 산재예방유공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 회장,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 문화체육관광부 유기기구 안전관리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 19일 경기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에서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가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9일 경기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에서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가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임직원 "순직 김동식 119구조대장 임직원 애도"

쿠팡은 화재 현장에 고립됐던 김동식 구조대장의 순직 소식이 전해진 뒤 임직원 일동 명의로 애도를 표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어 "순직하신 소방관과 슬픔에 잠긴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하겠다"며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19일 강한승 대표 명의로 이번 화재에 대해 사과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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