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쿠팡화재 당시 알바 글 '화제'

▲ 3년전 쿠팡화재 당시 알바 글. ⓒ 네이트판
▲ 3년전 쿠팡화재 당시 알바 글. ⓒ 네이트판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덕평 쿠팡 물류센터로 하루 단기알바를 하러 나갔습니다.

3층 입구쪽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처음 나가서 어색하기도 했지만 단순 노동이라 시간도 금방 가고 어렵지 않아 내일도 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후 4시 50분쯤 갑자기 연기가 심하게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뭐지? 하는 생각 때문에 자리에 서서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연기가 점점 더 심하게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안내방송이나 직원들의 별다른 안내도 없고 불안해진 마음에 저와 주변분들 모두 바깥으로 대피를 하였습니다.

3층 앞쪽에서 담배로 인해 불이 났고 그 과정에서 연기가 모두 안으로 들어왔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직원분께서 대피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며 일하는 시간에 자리 이탈을 하면 어떡하냐고 어서 자리로 돌아가서 일 시작하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화재 연기가 가득한 곳으로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화재 연기가 안을 가득 채웠지만 이때까지도 별다른 안내방송이나 상황설명도 없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 지하 1층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내려가던 도중 관리자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불이 완전히 다 잡힌 상황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무조건 자리로 이동하라고 했습니다.

사무실에 계신 담당자분들께 상황 전달을 하자 너무나도 평온하게 그럼 조퇴를 하고 집에 가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아니고 화재라는 원인 때문에 이야기를 한건데 대응은커녕 너무나도 가볍게 조퇴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화가 나서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 어떻게 계속 일을 하냐.

이게 개인사정으로 인한 조퇴가 아닌데 내가 개인적인 피해를 보며 조퇴를 해야 하는 거냐. 이런 불안전한 곳에서 어떻게 계속 일을 하냐. 물어보니 그건 본인 선택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일어난 일 다 알리겠다고 이야기하자 사무실 관리자분들께서 "알리면 되겠네요. 알리세요" 하고 귀찮은 듯 대꾸했습니다.

오늘 정말 작고 쉽게 끌 수 있는 불이었지만 물류센터는 박스로 가득한 곳이고 바람 때문에 크게 번질 위험 요소도 많은 곳입니다.

핸드폰을 모두 반납하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더 큰 위험이 생길 수도 있는 곳인데 화재가 잡혔어도 화재로 인한 연기가 환기될 때까지는 잠시 사람들을 대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

관리자들의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 최소한의 안전도 지켜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쿠팡 자체에도 선입견이 생겼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오늘 일에 대해 상황설명, 사과를 해야 하는 곳에서 오히려 블랙리스트라는 대처만 보여줬습니다. 처음이라 손이 느려 블랙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일단 오늘 일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설명과 사과 문자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알바몬 어플을 보니 쓰레기통만 탄거다 이런 말이 보이는데 그 쓰레기통 주변이 다 박스입니다.

이런 게 안전불감증 아닌가요 ?

연기가 가득 찼는데 그 안에서 나가지도 못하게 한 것이 과연 잘한 대응인가요.

저는 단 한 번도 불이 크게 났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고, 직원들의 잘못된 안전불감증을 알리기 위해 글을 적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에 베스트에 올라 쿠팡 측에서 사과문자가 왔습니다. 저는 집에 가는 길에 쿠팡 본사에 전화를 한 상태였습니다.

계속 일을 하고 계신 쿠팡 직원들 모두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쿠팡이 보낸 사과문자. ⓒ 세이프타임즈
▲ 쿠팡이 보낸 사과문자. ⓒ 네이트판

☞ 3년전 인터넷에 올라왔던 쿠팡 알바글 https://m.bboom.naver.com/board/1-5da92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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