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새벽 로켓배송을 해오다 사망한 41세 택배노동자 정슬기씨 유족이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31일 정씨 유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산재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정씨의 과로사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쿠팡 CLS에 있다"며 정씨의 산재가 인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씨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과로사 산재 기준을 훌쩍 넘긴 78시간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책위는 "정씨는 새벽부터 하루 100㎞가 넘는 거리를 오가며 3회전 배송을 했고, 아침 7시까지 배송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일하지 못한다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결국 과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씨의 업무시간은 산재 기준에 따라 야간 할증 시 사고 4주 전 평균 78시간 26분, 사고 12주 전 평균 74시간 39분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과로사 산재 기준은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인데 정씨의 업무시간이 이를 크게 넘어섰다는 것이다.
정씨는 자신에게 할당된 물품을 다 배송했더라도 다른 택배노동자가 마감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원청으로부터 지원을 요구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쿠팡CLS 관리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CLS 관리자는 정씨에게 "언제쯤 마무리되나, OO님이 많이 남아 가실 분이 슬기님밖에 없다", "마무리되면 OO님 도움 좀 부탁드린다. 좀 많이 남은 것 같다"고 요구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김종진 서비스연맹 법률원 노무사는 "항상 정신적으로 부담감을 안고 고강도 육체적 업무를 수행해야 했고, 이는 과로를 누적시켜 재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재해자의 장시간 업무와 업무량, 업무 부담 가중 요인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 재해는 결국 산재로 인한 사망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아버지 정금석씨는 "아들의 네 아이를 바라보면 이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오늘 저는 아들의 산재보험을 신청하며 마지막 소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라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제 아들과 같은 억울한 노동자들의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28일 쿠팡CLS 대리점의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던 정씨는 심실세동·심근경색 의증으로 사망했다.
정씨는 쿠팡CLS 직원이 배송을 독촉하자 새벽 5시 24분경 "개처럼 뛰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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