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꽃들이 놓여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꽃들이 놓여 있다. ⓒ 세이프타임즈

이태원 참사·오송 참사를 포함해 다수사상자가 발생한 재난에서조차 정부 차원의 '재난원인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비례대표)이 2014년부터 지난 8월까지 재난원인조사 진행 현황과 사상자가 5명 이상인 단일 재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다수사상자 재난 86건 가운데 재난안전법에 규정된 재난원인조사가 진행된 건 23건에 불과했다.

재난조사를 위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진행된 건도 세월호 참사와 용산 이태원 참사 2건에 그쳤다. 정부의 자체적인 재난 원인 규명 노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재난원인조사는 2014년 대형사고가 이어지자 그해 말 재난과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되며 처음 도입됐다.

재난원인조사는 재난·사고의 발생 원인 규명과 대응과정 평가를 목적으로 하고 행정안전부장관이 하거나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하도록 할 수 있다. 재난원인조사가 이뤄지면 조사 결과에 따른 권고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국회에도 그 결과가 보고되도록 돼 있다.

특히 △인명·재산의 피해 정도가 매우 큰 경우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게 한 재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운영하게 한 재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은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재난원인조사단을 편성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해뒀다. 흔히 '참사'라고 불리는 대형재난이나 다수사상자 재난을 포괄하는 셈이다.

32건의 재난원인조사가 있었지만 정부합동 재난원인조사가 진행된 건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2014), 물류창고 화재 전반(2022)으로 단 2건에 불과하다. 재난의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했던 세월호 참사(2014), 용산 이태원 참사(2022), 오송 지하차도 참사(2023) 등은 정부합동 재난원인조사 요건에 부합하지만 실제 조사는 현재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자연재난에 관한 재난원인조사는 한 차례도 진행된 적이 없다. 기후위기 심화로 재난의 양상이 다변화하고 그 강도도 더해진다는 우려는 정부 차원에서도 나오지만 그 동안의 재난원인조사는 모두 사회·기타재난에만 한정돼 있어 정작 있는 제도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안전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재난원인조사가 좀처럼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의무성이 없기 때문이다. 법률상 재난원인조사 여부는 행정안전부장관의 재량적 판단에 위임하고 있어 강제성이 거의 없다. 정부 차원의 의지가 없다면 재난 원인을 규명할 방안은 행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가 재난의 원인 규명에 협조할 의지가 부족한 조건에서 재난 원인을 일부라도 규명하기 위해서는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의존하거나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법을 통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통한 재난 조사가 강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재난의 원인 규명부터 정치적 과정이 개입돼야 하는 셈이다.

용산 이태원 참사 이후 윤석열 정부는 국가 안전시스템 전반을 개편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종합대책 내에는 반복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재난원인조사 개선도 추가돼 있지만 민관 협업·정보시스템 구축만 포함돼 있을 뿐 재난원인조사 자체를 활성화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못하다.

용혜인 의원은 "그 동안 대형재난 참사에서 보았듯 정부의 재난 진상규명 의지가 없으면 현행법상 재난 원인 규명을 강제할 방안은 존재하지 않아 국회 차원의 정치적 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사회적 관심이 높고 다수사상자가 발생한 재난 등에는 재난원인조사를 의무화하거나 국회에서 재난원인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 정부의 자체적인 재난 평가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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