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건축물의 대부분은 내진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내진보강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신청 내역은 '제로'다. 지원율을 50%까지 높인다는 방침에도 보강이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자료'를 보면 전국 내진설계대상 건축물 617만5659동 가운데 내진성능을 갖춘 건축물은 101만4185동으로 16.4% 수준이다.
전국 건축물의 83.6%가 지진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공공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 수준은 22.5%, 민간건축물은 14.8%로 드러났다.
내진성능 확보 수준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경기도다. 이마저도 25.4% 수준이라 4곳 가운데 3곳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세종(23.4%)·울산(21.7%)·인천(20.5%)·서울(20.4%)·대전(20.0%) 등이 뒤를 이었다.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 수준이 가장 낮은 지자체는 전남도로 10.6%다. 2016년 포항·2017년 경주 지진을 겪은 경북도는 전국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11.7%를 기록했다.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가 더딘 이유는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았던 시절 지어진 건축물이 많기 때문이다. 건축법상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대상 기준은 1988년 처음 정해졌다.
당시 6층 이상, 10만㎡ 이상 건축물에 적용되던 내진설계 의무는 2017년 2층 이상 건물 또는 모든 주택에 적용되도록 강화했다. 다만 의무대상 기준이 바뀌어도 새로 짓는 건물에만 해당했다.
행정안전부는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민간 건축물 내진 보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10%, 지자체가 10%로 공사비 20%를 지원하지만 지난달까지도 공사비 지원을 신청하거나 지원한 실적은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공사비 보조금 지원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건축주들로선 내진보강이 의무가 아님에도 수억원의 공사비를 들일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공사비 지원 규모를 늘려도 내진보강 의무가 없는 이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인 수준에서 내진설계 의무대상의 소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내진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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