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자치단체장 3명 중대재해법 위반혐의 고소당해
생색내는 행정아닌 주민 '안전확보' 가장 중요한 책무

▲ 이병선 강원 속초시장(왼쪽), 함명준 강원 고성군수(가운데), 김진하 강원 양양군수가 헬기 추락사고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 속초시·고성군·양양군
▲ 이병선 강원 속초시장(왼쪽), 함명준 강원 고성군수(가운데), 김진하 강원 양양군수가 헬기 추락사고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 속초시·고성군·양양군

자치단체장이 중대재해법 위반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 법이 발효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 때문이다. 속초시장과 고성군수, 양양군수 등 3명의 단체장이 대상이다.

지난해 11월 산불감시를 위해 비행 중이던 헬기가 추락해 5명이 숨진 이 사고에서 헬기 안에는 탑승하기로 했던 기장과 정비사 외에 민간인 2명과 헬기회사 직원 1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헬기 탑승자 사망 유족들은 자치단체장들이 안전관리를 소흘히 한 것이 사고원인이라며 3명의 자치단체장을 고소했다. 중대재해법은 일반 기업체의 사업주뿐 아니라 중앙행정기관과 자치단체장도 안전관리 책임자로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은 선출직이다. 자치단체의 행정을 책임지고 운영한다. 선출직인 만큼 주민들의 눈에 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 덕분에 도로는 늘 잘 정비돼 있고, 풍광 좋은 곳에는 탐방로와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주거지 주변에는 편의시설과 공원도 잘 조성됐다. 전국의 어느 곳을 가도 주거 환경은 이전에 비해 놀랍도록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보행자도로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경기소방재난본부
​▲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보행자도로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 경기소방재난본부

하지만 눈에 띄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인 덕에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관리를 잘 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 안전관리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성남시의 정자교 붕괴사고가 그런 예다.

이 다리의 붕괴원인은 지반침하로 추정된다. 그런데 준공 12년만인 2005년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정도로 이상징후가 발생했는데도, 다음해 1월에는 정밀진단 우수등급을 받는 등 믿을 수 없는 안전진단 결과가 나왔다. 이 사고 역시 중대재해법 위반혐의를 적용할지 검토중이다.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에서는 지게차에서 떨어진 대형화물이 등굣길의 초등학생을 덮쳐 10살 어린이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역시 행정기관의 안이한 대처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당 교육청에서는 이 학교 주변 도로가 경사가 급해 운전부주의로 인한 차량돌진사고가 우려돼 교통안전시설 확충과 불법주정차 단속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단속이나 후속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청을 포함한 행정기관의 무관심이 참사를 불러온 셈이다.

안전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과 점검이 필요하다.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 티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행정책임자 특히 선출직 책임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 안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안전관리를 소흘히 한 대가는 너무 크다. 이태원 참사는 '안전'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행정기관들이 모두 손을 놓고 방심하는 사이 발생했다.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 승객 과밀 현상이 이어진 지난달 18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역 하행선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만원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 승객 과밀 현상이 이어진 지난달 18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역 하행선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만원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눈에 띄는' 업적을 재임기간 내에 만들어내려는 무리수는 김포 골드라인 같은 '지옥철'을 만들고, 수지가 맞지 않아 결국 파산하고 마는 '경전철'을  추진하게 한다.

안전은 생활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다. 내가 사는 곳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그 공동체 안의 구성원들은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놓인다.

눈에 띄지 않고 끊임없는 관심과 점검이 필요한 안전확보는 선출직 공무원들이 해야 할 최우선 순위의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얼마나 많은 인재(人災)가 이 땅에서 일어났는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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