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논설위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소방청에도 고질적 인사비리는 존재했다.

공익을 위해 운영하는 공무원 조직이 갖춰야 할 '공공의 의리'는 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가 된 지 오래지만, 그 말이 무색해진다.

아직도 시대를 역행하는 이러한 조직은 우리들 삶 깊은 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최병일 전 차장이 승진의 대가로 신열우 전 소방청장에게 금품을 지급한 게 드러나면서 둘 다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 전 차장이 뇌물 공여로 승진하려던 직위는 소방공무원 중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소방정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무원 가급인 1급에 해당한다.

문제는 윗선에 해당하는 고위직 부조리는 그 조직에 스며들어 결국 조직 내 일반화되면서 비리는 만연해진다는 것이다.

'윗선이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그 하부 조직은 얼마나 더 썩었을까'라는 상상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더 이상 말하지 않을 정도로 '희생'이라는 이미지로 우리들 깊은 곳에 새겨있다.

검은 연기에 그을린 얼굴에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며 곧바로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의 모습은 어쩌면 사하라 사막의 신기류였을까.

이쯤에서 충격을 넘어 배신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사비리는 대부분 내부의 승진심사 과정을 거쳐 승진자를 결정하는 일률적 시스템을 운영하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고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승진심사 시스템이라는 허울 좋은 절차가 있더라도 그 속에 추천권자의 영향력이 크다면 이 또한 공정한 결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우리는 군과 경찰과 같은 엄격한 규율과 통제를 이유로 폐쇄적 조직문화를 구축한 집단에서 인사비리라는 병폐를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견리망의(見利忘義)의 현실을 마음껏 펼쳐 놓으며 갈데까지 간 소방청을 보면서 해양경찰, 경찰 그리고 검찰과 같은 실망스러운 조직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제는 인사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의 자정능력만을 믿고, 순기능을 희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선 행정부는 전수 조사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과, 남아 있는 인사비리의 실체를 명명백백 밝혀내야 한다.

자력으로 변화의 길, 그리고 공정성을 지켜나가길 기대하기보다는 정형화된 다중의 시스템과 감시기관을 두어 자정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경쟁 관계에 있거나 제어 가능한 외부 기관 또는 전문가를 활용해 공정성이 확보되는 전 국가적 시스템을 2중 3중으로 겹겹이 할 필요가 있다.

눈앞 이익에 눈이 멀어 국민과 약속한 제복 속에 전제된 의리를 이렇게 저버려서는 안 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국민은 오늘도 한숨으로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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