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스라엘이 둘로 나뉜 후 그들의 12개 지파 중 10개 지파가 세운 북이스라엘은 아시리아에게 멸망당했는데, 아시리아는 타민족에 대한 우월의식이 아주 팽배했던 나라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지배민에 대한 식민정책이 상당히 잔혹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이런 폭력성을 아주 자랑스럽게 부조와 점토판에 기록했습니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자랑스레 국가가 개입한 기록물로 남기지 않았을 터이니, 이런 성향이 그들에게 자랑거리였던 셈입니다.

아시리아의 유적에서 출토된 사르곤(Sargon) 왕의 부조를 보면 포로의 턱에 줄을 연결시켜 왕이 줄을 잡아당기면 포로가 자연스레 고개를 들게 해놓고, 그가 들고 있던 창을 던져 포로의 눈을 꿰뚫어버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조각돼 있습니다. 포로의 눈을 표적으로 삼아 창을 던져 죽이는 일을 왕이 했고, 그것을 자랑이라고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이 살아 있거나 죽은 후 그가 쌓은 업적을 이야기할 때 이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아시리아는 달랐습니다. 부조뿐 아니라 점토판에도 이런 행위를 자랑스럽게 남겼습니다. 아시리아 왕들의 묘비를 보면 왕이 생전에 정복전쟁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들을 얼마나 잔인하게 죽였는지를 자랑스럽게 과시하며 써놨습니다. 이는 그들이 이런 행동을 쾌락으로 여겼다는 말도 됩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인간이 기쁨을 느낄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는 MRI나 PET와 같은 뇌 영상 촬영술이 개발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마약을 주사할 때, 도박 등의 내기에서 이겼을 때, 웃는 얼굴을 볼 때와 같은 상황에서 뇌를 촬영해 보면 일반 상태와 다른데, 이때 사람이 쾌락을 느끼는 중추인 쾌락신경계가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아시리아인들이 기록을 남길 정도로 쾌감을 느꼈던 일을 벌일 때 그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성경은 인간이 누리는 기쁨에 호르몬과 같은 내분비물에 의한 것과 질적으로 다른 의지적인 면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현대 뇌과학이 밝힌 것처럼 뇌의 넓은 영역에 걸쳐 있는 보상회로 혹은 보상체계에 의해 발생하는 기쁨과 비슷합니다.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 가지 시험에 빠질 때에, 그것을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생각하십시오."(야고보서 1:2)

이 말씀은 성경에서 말하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때는 행복합니다. 이때는 정신적으로 기분이 좋은 상태인 해피니스(Happiness)가 됩니다. 원하는 시간에 도착하고, 원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음식을 먹고… 이때 뇌는 호르몬을 분비해 사람을 쾌락에 중독 시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주시는 깊은 깨달음의 기쁨인 조이(Joy)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때보다 그분이 원하시는 일을 할 때 더 드러납니다. 하나님은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일보다 그분이 원하시는 일을 할 때가 더 많도록 인간의 시간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그러니 행복을 원하는 만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일하면서 거룩한 기쁨이 행복을 통해 나를 찾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성숙해질 수 있고 지니고 있는 행복이 더 견고해 집니다.

인간은 행복한 동시에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관찰 대상이기에 태생적으로 둘 다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인생은 행불행의 시소게임이 되는데, 이를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조이는 해피니스를 지나 깊은 고통을 통과해서 옵니다.

따라서 인간이 때로 쾌락을 즐기려는 본성을 거스를 수 있어야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올바른 기쁨으로 살아가려면 쾌락에 중독되려는 본성을 잠시 접어 두고 하나님이 주시는 조이를 얻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합니다. 기독교는 이것을 '십자가 신앙'이라고 합니다.

■ 정이신 논설실장·목사 = 한양대 전기공학과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와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다. 독서와 글쓰기를 주제로 한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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