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아신(父生我身) 모국오신(母鞠吾身), '아버님이 나의 몸을 낳게 하시고 어머님이 나의 몸을 기르셨다'가 동양에서 본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입니다.

동양에서는 천기(天氣)가 부모의 정기(精氣)에 감응하고 이를 통해 사람이 태어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한의학은 인간의 몸을 정기신혈(精氣神血)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정신(精神)이라는 말은 한의학에서 나온 말입니다.

기독교 신학에서 다루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인 신론(神論)에 뒤이어 곧바로 나옵니다. 인간이 성경에서 비교적 중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렇게 배열돼 있습니다.

다만 기독교 신학은 인간이 지녀야 할 하나님과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많은 관심을 둡니다. 다른 학문에서 다루는 것처럼 인종(人種)의 생리학적 구조, 정신적 특성과 우열, 육체의 구성 원소 등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성경을 쓴 히브리인들과 헬라인들의 인간 구성 요소에 대한 이해는 조금 다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히브리인들이 말한 인간 구성 요소에 대한 이해를 예수님의 제자들이 헬라어로 번역해서 신약성경에 썼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영이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육체에 마음이 더해진 것인데(몸=육체+마음), 하나님은 흙으로 만드신 아담의 어딘가에 인간의 영을 담아둘 장소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곳이 바로 마음입니다(에베소서 4:23).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마음은 인간 속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물질적인 공간이 아닌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존재이므로 특정한 위치를 구별해 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영을 담는 그릇이고 육신과 영을 연결하는 것이므로 귀하게 다뤄야 합니다(인간=몸+영). 이런 배경에서 "생명의 근원인 마음을 잘 지켜라(잠언 5:23)"는 말씀이 나왔습니다.

성경은 인간의 본성을 하나의 통일체로 보지 영지주의처럼 독립된 두 요소로 된 이원적인 존재로 보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처럼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각 요소는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상관없는 존재가 아니라 연합해 하나의 단일한 유기체를 형성하는 실체들입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전인적인 것으로 봅니다.

인간의 몸에는 육체도 있지만 마음도 있습니다. 몸에 있는 육체의 근육은 훈련하지 않으면 약해집니다. 겉으로만 젊은이지 근육은 노인이 돼 '젊은 늙은이'가 됩니다. 이는 마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 훈련하지 않으면 생각하는 힘이 약해지고, 다른 이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좁아지며, 결국에는 낡은 사람이 됩니다.

인간의 몸이 늙어가서 어르신이 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생각이 낡아져서 낡은 사람이 되는 것은 노추(老醜)입니다. 세상은 온통 나와 다른 사람들뿐인데 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만 마음이 굳은 외톨이가 됩니다.

내가 만난 그가 악인이라서 그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를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그를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잘 길러놔야 합니다.

인간은 어차피 제한된 양의 물을 가지고 여러 날을 인생의 사막 위에서 지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마음의 근육을 잘 키우는 훈련이 꼭 필요합니다. 

단순 포유류가 아닌 몸과 영을 지닌 영장류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나와 다른 남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훈련을 꼭 해야 합니다.

■ 정이신 논설실장ㆍ목사 = 한양대 전기공학과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와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다. 독서와 글쓰기를 주제로 한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를 연재했으며, 논설실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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