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공기관 경영관리 감사 결과 보고서
공무원·산하기관 가리지 않고 불법·방만 만연

▲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박에 260만원을 지불하고 ⓒ
▲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해외 출장에서 1박에 260만원을 지불했다. ⓒ 가스공사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주요 공기업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을 결제하고 해외 출장에서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머무르는 등의 불법·방만 행위가 적발됐다.

10일 감사원의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엔 임원·고위 간부의 해외 출장에서 숙박비를 무제한으로 지급하는 규정이 있다.

실제로 가스공사 고위 간부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3차례의 해외 출장에서 공무원들이 통상적으로 지급받는 액수보다 7623만원을 더 수령했다.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으로 3박 5일 일정의 출장을 다녀오면서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머물렀다. 해당 스위트룸은 1박에 26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장관급 공무원의 해외 숙박비 상한선인 95만원의 3배 가까이 되는 액수다.

가스공사 직원의 87%가 보상 휴가를 사용하려고 시간 외 근무 실적을 허위로 입력한 사실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5급 사무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에게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897차례나 업무와 무관한 식사비 등 3800만원을 난방공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했다.

해당 사무관은 텀블러 같은 기념품이나 개인적으로 먹을 한우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관은 자신의 출장에서 난방공사 직원에게 운전을 하게 하고 음식을 포장해 오라는 등의 개인적 심부름까지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성남시에서 일하는 직원을 강원도 삼척시로 불러 식사비를 대납시켰던 행위도 적발됐다.

산업부의 다른 과장급 직원도 난방공사 직원들에게 회식비 1200만원을 대납시켰다가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업부 해당 사무관은 파면, 과장은 정직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현재 사무관은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법·방만 행위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 세이프타임즈
▲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법·방만 행위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 세이프타임즈

한국남부발전은 울산시 남구 사택 지분을 자사 간부에게 23억7000만원에 매각했다. 사택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던 한국동서발전은 해당 사택을 45억원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간부는 남부발전 전·현직 직원 12명과 외부인 3명 등으로 조합을 만들고 이들이 출자한 금액으로 사택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사택 사용권이 있는 동서발전에 간부는 자신이 매입한 남부발전 지분을 100억원에 매입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서발전이 이를 거절하자 해당 간부는 법원에 공유물 분할 소송을 냈고 지난해 10월 1심에서 승소한 상태다.

감사원은 해당 간부 등 남부발전 직원 3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울산시는 이들에게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업무 공간을 실제 크기보다 줄여서 보고하고 공간 협소를 이유로 573억원을 투입해 새 건물을 지었다.

수자원공사의 손실보상 업무 담당 직원은 자신의 아버지를 영농인으로 허위 등록해 토지 손실보상금을 신청해 8121만원을 챙겼다. 감사원의 감사 이후 해당 직원은 이자를 포함한 금액 1억360만원을 반환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노트북 5690대를 77억원에 사서 3급 이하 직원들에게 지급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농어촌공사는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을 위해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입학생이 12명 뿐이었던 사내 대학 'LH토지주택대학교'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LH 퇴직자 57명을 시간강사로 채용했다 들통이 났다.

LH는 고위직 직원을 사내 대학에 파견해 편법으로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할 공공기관의 방만한 행태와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며 "관련 규정을 고치고 기강을 바로 잡는 등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