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작가·칼럼니스트 ⓒ 세이프타임즈
▲ 한상권 논설위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헌정 사상 가장 적은 26만7125표 차이로 윤 당선인은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재미있는 점은,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박근혜 정부 권력을 '적폐수사'라는 대형 프로젝트 선봉장이었던 점에서 정부 여당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급기야 수사의 성과를 인정받아 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은 검찰 총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국회 청문회에서 170석 이상의 여당 민주당은 그를 감싸며 최적의 인사(人事) 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얼마 되지 않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의해서 윤 당선인에 대한 직무 집행정지를 명령하는 등의 불협화음 속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은 세상에 떠오르기 시작했던 걸 생각해 본다면 이번 대선은 웃지 못할 코미디라고 봐야 할까.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고, 같은 해 6월 29일에 정치 시작 선언한지 불과 254일 만에 야당의 대선후보가 되어 당선되었다.

정치 신인과도 같은 인물이 나름 정무적 실력을 인정받던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정부 여당의 계속되는 정책 실패, 이 후보자의 과욕과 행실로 인한 정권교체의 열망은 아니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의 첫 번째는, 정부 여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에서 살펴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대표적인 예다.

2018년 전년대비 16.4%, 2019년 10.9%의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영세업자들의 부담은 사활을 걸 정도로 심각해졌다. 문제는 저임금 사업주의 근로자 고용률을 떨어트리는 역효과였다. 당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등 많은 경제학자는 고용주체가 임금 인상을 흡수하지 못한다고 한목소리를 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임금이 상승하면서 원가 상승과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는 가게 소득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특히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고용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방역 지침이라는 실현을 겪은 소상공인과 일자리를 잃은 저임금 근로자는 결국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두 번째는, 공정성의 심각한 훼손이다. '기회는 균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라는 슬로건은, 비선 실세 논란 속에서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를 부정하는 문제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가장 먼저 찾아간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선언으로 전국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사실 비정규직의 고용을 안정화하는 정책은 박수받을만하다. 다만,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고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할 대형 정책을 이념에 사로잡혀 단시간에 해치 우려려니 '인국공 사태'와 같은 부작용만 낳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입사 시험을 통과한 정규직들의 역차별 논란은 심각한 사회의 부작용을 낳았다. 지금도 건강보험공단과 같은 많은 기관에서 노노갈등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문 정부는 임기초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을 선포했다. 문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임명에는 그 원칙이 반영되지 않는 등 정부 여당은 유독 자신의 정책과 인사에서만 기준을 쉽게 변경하는 언행불일치는 압권이었다.

2021년 6월에는 당시 25세 박성민씨를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하면서 청년층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공무원 1급에 해당하는 비서관을 대통령의 한 마디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지금도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많다.

반면에 낙선을 경험하고도 당당하게 경쟁을 통해 제1 야당 대표가 된 이준석과는 대조되는 공정함일 수 있다. 말 그대로 정부여당의 언행 불일치로 촉발된 '기회와 공정' 이슈에서 공정성에 민감한 2030세대의 불만은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셋째, 부동산 정책의 실패다. 진보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기 전 부동산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속설은 또다시 현실이 되었다. 지난 진보성향 정권 때마다 부동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그런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무려 28번이나 정책을 변경했다. 짧은 대통령 임기 동안 바꾼 단일 정책으로는 기네스북에 올라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하자 시장은 번번이 거꾸로 돌아가고 풍선효과는 심각해졌다. 결국 임기 초 5억이던 아파트 가격은 이제 10억이 되어 서민의 거주 안정은 멀어지게 되었다. 정부가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던 게 불과 1년 안팎의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제는 영끌로 집을 산 사람들의 영향에 부동산 가격을 내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말 그대로 오도 가도 못하는 막막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조정이 있더라도 큰 폭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장동 사태'까지 발생한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던 민심을 들어서게 한 초대형 한 방이 되었다. 부동산, 주식, 코인 열풍과 벼락 거지만 양산된 시간은 민심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살펴볼 대목이다.

넷째, 통합보단 고집의 정치가 한몫했다. 한때는 '부패세력'과 '반부패세력'의 대결이라는 철 지난 프레임을 거들먹거리는 정치인이 있었다. 사실 현실 정치는 집단 이기주의 이념정치의 영역이 허물어 진지 오래다. 정치적 이념보다는 개인의 신념에 기한 정치 세계가 크다.

정부여당과 이 후보는 상대를 '절대 악(惡)'으로 규정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홍보에 열을 올렸고 어느 정도 성과도 보았다. 문제는 거대 의석 수를 가지고도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진영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는 국민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인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속담을 이해하기 시작한 국민들에게 신박한 주제는 아니다. '내로남불'과 '조국사태'로 대변되는 갈라 치기는 고집의 정치와 신념의 정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정무적 실수의 대표적 예다.

다섯째, 이 후보의 정치적 기준의 모호함이다. 경제정책보다는 이념 정책으로 일관하던 5년 여당과 대통령의 성과를 의식했는지 이 후보는 자신도 '정권교체'라고 공언했다.

정부여당의 연장임을 부정할 수도, 해서도 안 되지만 현 정권과 무리한 선 긋기는 오히려 국민의 신뢰 확보에 실패한 모양새다. 여당 내 지지자들의 표마저 분산했고 중도층은 야당으로 갈아타기 했다.

국민 편가르기 논쟁의 핵심에 서있는 여당 내에서도 진영논리는 만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권교체라는 설익은 명분 보다는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보완하고 정상괘도에 올려놓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보기 좋았을지도 모른다.

여섯째, 집권 여당과 이 후보가 똘똘 뭉친 자가당착의 패배다. 대통령과 여당은 임기 말에도 40%가 넘는 지지율을 맹신한 모양새다. 충성 지지층을 믿고 오판한 정책들에 대한 사과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만과 아집으로 뭉친 정권교체의 열망이 투표로 이어졌다.

역대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 치고는 변동 곡선은 일정하기만 한 게 오히려 불만 세력을 키우는 동력이 되었고 표 이탈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집권 여당은 국회 170석 과반수를 차지하고도 국민의 삶을 개선하지 못했고, 그럴 기미도 보이질 않는다는 것은 성찰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후보의 주장이 국민에게 과연 진심으로 들렸을지 의문이다. 실컷 사고 치고 나서 이제야 수습하겠다고 하면 진정성 있게 받아줄 어리숙한 국민은 이제 없기 때문이다.

'부패세력 척결'이라는 촛불 정국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참담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공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알고 보니 공정하지 않았고, 성장할 수 있다던 소득주도성장은 알고 보니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낳았고, 자신 있다던 부동산 정책은 빼박의 상황에 놓였다.

누가 더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누가 더 국민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판단이 정치적 선택의 결정적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 대선 결과가 어찌 되었건 간에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현명함을 잊으면 안 된다.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하는 것은 패배자의 기본자세다.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자만하지 말아야 하는 것 또한 승자의 기본자세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 이익만을 위한 정권교체'를 강조했던 윤 당선인과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앞세운 이 후보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더 나아진 삶이 그것이다. 안타깝지만 현 정부는 그 모든 것을 실현하지 못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일컬어진다. 전문화된 경제 대통령이란 사실 없다. 대통령은 누가 되었건 간에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초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너진 10년 주기 정권교체 설, 최초의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당선인, 검찰 출신, 서울 출신이라는 당선인의 모든 이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게 정권교체의 열망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야뿐만이 아니라 윤 당선인, 이 후보자 모두 국민의 삶에 집중하지 않을 때 받는 국민의 심판은 냉정하다고 배웠기를 바란다.

결국, 말과 행동을 통한 신뢰 확보, 그리고 나아진 국민의 삶, 이것이 모든 정치의 목적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주는 대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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