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작가·칼럼니스트
▲ 한상권 논설위원

'도전정신'을 투영시키는 단어가 있다면 '스포츠'는 빼놓을 수 없는 단골이다. 그래서 그런지 8월 1일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높이뛰기 결선 경기가 우리게에 주는 영감은 또 새로웠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이후 육상종목에서 109년 만에 공동 금메달리스트가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필드·트랙 육상 불모지에서 올림픽 결선 4위라는 최고 성적을 얻은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선수에게서 느끼는 도전정신과 긍정의 에너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도전하는 청년이 아름답다.

사실 우리가 우상혁 선수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올림픽 4위, 2.35m라는 한국신기록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그를 통해 스포츠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한 것이다.

당당히 결선에 진출한 그는 저 높은 바를 넘을 수 있다는 데에 한 치의 의심이 없는 듯했다. 춤도 추며 신이 나 있었다. 나에게는 낯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당당히 도전하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제부터 시작이에요"라며 카메라에 힘차게 말하는 그의 눈빛은 살아 있었고, 그렇게 거뜬히 2.35m를 뛰어넘어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우리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경쟁 선수가 2.37m를 넘으면서 우상혁 선수도 2.39m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결국 만만찮은 올림픽의 벽을 실감했다. 카메라 앞에 거수경례하며 대회를 마무리하는 그의 걸음에는 실망감보다는 긍정의 빛이 나고 있었다. 긴장되는 매 순간 웃음을 띠며 경기를 즐겼으니 무엇이 아쉽겠는가. 선수뿐만이 아니라 응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후회 없는 경기 그 자체였다.

성적 우선이라는 과거의 생각이 가고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짐작하는 순간이었다. 장애로 인해 짝짝이 신발을 신고도 가슴 뛰게 하는 경기를 보여주며 마지막을 장식한 선수의 주체할 수 없는 기쁨, 본인도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괜찮아!"를 외치던 그의 얼굴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얻은 게 과연 나뿐이었을까. 

즐기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는 과거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인 선수를 볼 수 있었다. 스포츠정신이 성적지상주위로 변질한 시대를 거친 우리에게, 1등만 향해 달려가는 코로나 19 마스크보다도 답답한 사회 속에서 은근히 스며드는 단비와 같은 우상혁 선수의 뜨거움은, 스포츠 정신을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청년정신이 숨 쉬고 있었다.

스포츠에는 인기종목과 비인기 종목이 존재한다. 사실 우승 유망 종목도 있어 관련 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이빙에 우하람, 역도에 김수현, 여자 핸드볼팀과 또 다른 모든 선수가 흘린 땀방울의 색깔은 다르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메달과 병역 혜택을 목표로 뛰어드는 일부 프로선수 그들의 스포츠 정신과는 비교할 만하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선수가 그들의 가치를 증명해내기 위해 숨이 목구멍에 멈출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그 땀방울의 고귀함을 알고 있고, 즐길 줄 아는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낼 줄 알고 있다. 경기에 집중하는 것과 즐기는 것은 오묘하게 다르다. 나는 단지 후회 없이 마음껏 경기를 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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