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작가·칼럼니스트
▲ 한상권 논설위원

태풍과 폭우로 도심과 시장, 도로 등 곳곳이 침수되는 모습은 연례행사처럼 볼 수 있다. 제12호 태풍 '오마이스(OMAIS)'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태풍은 강력한 비바람을 몰고 한반도를 강타한 것이다. 다만 예년보다 피해 수준은 그리 크지 않은 듯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전쟁 후 산업화를 겪으며 나름 성장해온 우리의 재난 대처능력뿐만이 아니라 위기를 대비하는 자세 또한 재해를 피하는 원동력일 수도 있다.

하나 아쉬운 부분은 비가 쏟아지면 한 번씩 겪는 도심 속 '물난리'는 아직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마철에만 볼 수 있는 광경이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모양새다.

교외 지역이나 농촌은 땅이 빗물을 흡수하고, 하수구로 내려보낼 수 있는 자연순환장치가 가동되지만, 도심은 온통 콘크리트 바닥뿐이니 인간이 손을 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불투수층(不透水層·물이 스며들지 않는 층)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2010년 9월, 대한민국의 심장이라고 부를만한 광화문 일대가 속수무책으로 물에 잠기는 걸 목격했다. 그 후에도 침수취약지역은 도심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장마철도 아닌데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물난리가 나며 우리를 놀라게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운타운(Down town)과 업타운(Up town)에 넘실대는 흑탕물을 보면서 창피함을 넘어 도시계획 자체를 불신 하기도 했다. 

'빗물받이'(길가 배수로)는 비가 내리면 빗물을 모아 하수관으로 흘려보내 집중호우 피해를 대비한 중요한 시설이다. 주택가뿐만이 아니라 도심 곳곳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본연의 임무와는 다르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게 빗물받이일까 아니면 쓰레기통일까 구분이 안 가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 쓰레기가 차면 침수 면적이 3배가량 넓어지고, 침수 높이도 2배 증가한다.

지난해 7월 30일 KBS 9시 뉴스에서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빗물받이를 막아 빗물의 유입과 배수를 막는 현상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정도준 박사(국립재난안전연구원)는 "일반적인 나뭇가지나 흙이 차 있는 경우에는 우수관(雨水管)이 막히지는 않고,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섞이게 되면 최소 20초 이내에 빗물받이로 다시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도심 속 물난리의 원인 중 하나가 이렇게 쉽다는 걸 우리는 몰랐을까.

강남 거리를 걷다 보면 건물 사이마다 혹독한 건기에 산불이 난 것처럼 담배 연기가 구름과 같이 빌딩 숲에 걸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강화된 금연 구역을 피해 애연가들은 골목으로 숨어 담배를 흡입하다 보니 흡연 밀집도가 높다. 문제는 그 꽁초를 어디에 버리는지이다. 하수구가 재떨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게 과연 나뿐일까.

이제는 흡연자의 의식이 크게 바뀌어야 할 때다. 길바닥에 버리는 것보다 더 문제는 빗물받이에 쑤셔 넣어 보이지 않고, 치우지도 못하게 꼭꼭 숨기려 하는 흡연자의 착한 마음씨이다. 하수구를 막고 있는 담배꽁초는 과연 누구의 손에서 버려진 것인가. 

환경은 기본이다. 나는 흡연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멋지게 피워 주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큰비와 재난이 크지 않은 여름을 보낸 줄 알았지만, 천재지변(天災地變)은 때와 장소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국가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만이 아니라 쓰레기를 알맞게 버리는 개인의 동참 역시 재난을 예방하는 바른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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