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노동자 폭언·갑질·안전시설 엉망 호소
회사 "전담조사팀 운영, 안전 조치 취하고 있어"

▲ 화재가 발생한 쿠팡 경기 이천 덕평 물류센터 앞에 주민들이 불매운동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 세이프타임즈
▲ 화재가 발생한 쿠팡 경기 이천 덕평 물류센터 앞에 주민들이 불매운동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 세이프타임즈

국민기업 쿠팡의 '폭언·괴롭힘' 갑질 논란이 특정 물류센터가 아닌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치유가 쉽지 않은 '쿠팡의 고질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인격 모독이 난무하는 '최악의 일터'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감전 우려가 있는 위험지역의 청소를 시키는 등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침탈당하고 있다는 의혹도 또 제기됐다. 쿠팡의 '노동자 안전'이 위험 수위에 직면해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30일 세이프타임즈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 물류센터 경기 일산2캠프에 이어 경남지역의 한 캠프에서도 심각한 폭언·갑질 등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보자 A씨는 세이프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쿠팡 물류센터 관리자(캡틴)들은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일용직·계약직 노동자들을 '험지'로 배정하거나 반말·막말로 인격모독을 일삼고 있다"고 폭로했다.

A씨는 "폭염에 냉풍기 등을 자신의 자리에만 두는 등 비인간적 처우에 쿠팡 노동자들은 자괴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달 일산6캠프에서는 폭염 속에 야간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A씨는 "더위에 냉방시설 하나 없는 찜통에서 일한다"며 "우리 센터에도 열사병으로 사람이 실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캡틴 자리에 놓인 냉풍기는 서리나 이슬이 생길 정도지만, 노동자들은 먼지 쌓인 선풍기를 쐬거나 더위를 참아가며 일하고 있다"며 "하루에 물을 3리터씩이나 마시는데 화장실 한 번 안 갈 정도로 땀이 많이 난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노동자 B씨는 "쿠팡의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근무를 해봤지만 (노동자를) 사람 취급 안하는 건 다 똑같았다"며 "쿠팡은 원래 그렇다"고 말했다.

▲ 인천시 서구 오류동 쿠팡 인천4물류센터 앞에 센터 체감온도가 34.5도에 이른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 인천시 서구 오류동 쿠팡 인천4물류센터 앞에 센터 체감온도가 34.5도에 이른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쿠팡 노동자들이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 내몰려 있다는 점이다.

위험구역의 청소를 하는 기계가 있지만 노동자들에게 시키는 등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B씨는 "(관리자가) 전원이 켜져 있고 센서가 돌아가고 있는 컨베이어 밑을 빗자루로 청소하라고 시킨다"며 "전기 감전이 느껴지고 머리 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 때문에 겁이 나는데도 하라고 시켰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펜스로 둘러쌓여 있는 위험구역에 들어가 컨베이어 교차 부분을 물티슈로 닦는 일도 하게 한다"며 "안 그래도 무서운데 물티슈 습기가 기계에 닿으면서 감전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다 떨어진 안전장갑, 쿠션이 다 꺼진 안전화 등 작업에 필요한 안전용품 들도 질 나쁜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안전용품이 전혀 안전하지가 않고 불편하기만한 데다 수십명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탓에 세균으로 인한 습진만 생겼다"고 한탄했다.

▲ 쿠팡 물류센터 곳곳에서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폭언과 괴롭힘 등 갑질을 일삼는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 쿠팡
▲ 쿠팡 물류센터 곳곳에서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폭언과 괴롭힘 등 갑질을 일삼는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 쿠팡

쿠팡이 수천억원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낳은 대형 화재 참사 이후에도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은 2021년 6월 경기 이천 덕평 물류센터에서 큰 불이 나며 소방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쿠팡은 참사 전부터 종합소방시설점검 등 결과에서 스프링클러나 경보기, 방화셔터 등 관련 결함 270여건을 지적받고도 안일한 조처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 점검과 시설 보안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소방시설 작동기능점검을 쿠팡 관계인이 직접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며 '셀프 점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택구 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쿠팡의 안전불감증 민낯이 화재를 통해 드러났다"며 "연 1회 시행하는 소방시설 작동기능점검을 굳이 비전문가인 관계인에게 맡기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당시 쿠팡은 과로사 등 잇단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이어 대형 화재 참사가 벌어지며 탈퇴·불매 운동이 확산되기도 했다.

쿠팡 관계자는 노동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회사는 제보사건 처리 프로세스와 전담 조사팀을 운영하고 있고 사규와 관련 법규에 따라 신속한 조사와 공정한 인사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자동화 레일 정비가 필요할 경우 레일 가동중단, 안전모 착용 등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확인이 되는 대로) 조사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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