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돕기 위해 고용된 디지털 집사, 인공지능이 우리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감시자가 됐다. 이 집사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에 관심을 두는지 꼼꼼히 기록한다. 이 정보를 사적인 경계 없이 외부에 공유한다. 그 결과 우리는 광고와 추천에 둘러싸인 채 끊임없이 노출된다.
인공지능이 주는 놀라운 편리함의 대가는 우리의 소중한 개인정보다. 만약 우리가 이 불공정한 '이용 계약'의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결코 공정한 거래가 될 수 없다.
최근 AI 서비스가 사용자의 키보드 입력 패턴까지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했음이 확인됐다. 우리는 이제 똑똑하지만 무례한 이 디지털 집사를 우리에게 이롭게 '길들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24시간 내내 우리의 모든 행동(클릭, 머문 시간, 검색어)에 점수를 매겨 우리를 감시하고 평가한다. 이 감시의 먹이가 되는 정보는 네 가지 층위로 나뉜다.
회원 가입 시의 '명시적 정보', 온라인 활동 기록인 '행동 정보', AI가 추측한 '추론 정보',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수집되는 키 입력 패턴 같은 '숨겨진 정보'다.
이 모든 정보를 연결해 우리의 디지털 프로필을 완성하는 핵심 열쇠는 바로 스마트폰에 부여된 '광고 아이디(AD ID)', 우리의 디지털 주민등록번호다.
이러한 전면적인 감시 체제 속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을 즉시 가동해야 한다.
첫 번째 실천은 광고 아이디(AD ID) 삭제다. 모든 앱 활동을 연결하는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 플랫폼 간의 데이터 통합을 단절해야 한다. 이는 디지털 집사의 감시망을 교란하는 첫걸음이자, 기술적으로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다.
두 번째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시청 기록을 주기적으로 삭제하거나 자동 삭제 주기를 설정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속도를 늦추고, 당신의 소비 경로를 불분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평소와 상반되는 콘텐츠를 일부러 탐색해 알고리즘의 확증 편향을 무력화해야 한다. 설정에서 '자동 삭제' 주기를 설정하거나 주기적으로 '사용 중지'해야 한다.
세 번째는 '앱 권한 최소화 원칙'을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다. 앱 설치 시 모든 접근을 무심코 허용하는 일은 이제 경계해야 할 무지다. 마이크, 위치, 연락처 등 필수적이지 않은 권한은 단호히 차단하고, 권한 관리자 기능을 통해 주기적으로 앱 권한 사용 이력을 점검해야 한다.
네 번째는 보안 폴더, 즉 디지털 금고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금융 정보, 신분증, 계약서 등의 민감 정보를 물리적으로 분리해두는 일은,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다섯 번째는 대화형 AI 서비스 이용 시 개인정보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chatGPT, Gemini, Claude 등에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를 절대 입력해서는 안 된다.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진료기록 같은 정보는 절대 입력하지 말고, AI 서비스 설정에서 모델 개선용 데이터 수집 항목은 반드시 비활성화해야 한다. 더불어 주기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앱을 삭제하고, SNS 게시물도 정리해 '디지털 청소'를 생활화하여 디지털 발자국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제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무관심과 방임이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설계자와 소유자의 의도대로 작동한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이 시스템은 계속해서 우리의 사생활을 자산화하고, 감시를 서비스라 부르며, 통제를 개인화로 포장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무방비 상태의 소비자가 되어선 안 된다. 디지털 집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감시자에게 '사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똑똑하지만 무례한 이 디지털 집사를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방비 상태의 소비자를 벗어나 주체적인 권리 행사자로 우뚝 서서, 이 디지털 집사를 우리의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길들이고 통제하는 것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모든 사생활은 알고리즘이라는 투명한 유리 상자 안에 영원히 전시될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의 디지털 주권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 박순장 세이프타임즈 수석 논설위원 겸 소비자안전안심센터장·前 소비자주권민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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