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한민국의 온라인 공간은 'AI 기만 광고'라는 디지털 사기판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포털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디지털 휴먼(가상 인플루언서) 또는 AI 가짜 의사들이 활개를 치는 양상이다. 이들은 마치 진짜 사람인 것처럼 전문직 행세를 하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일반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피해 신고는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고 있지만 사태 수습의 책임을 지닌 정부와 관련 기관의 대응은 직무유기의 소지가 다분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디지털 야만 시대'의 엄중한 문턱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상에 범람하는 과대·과장 허위 광고의 본질은 '신뢰의 탈취'에 있다. AI 딥페이크 기술로 정교하게 제작된 가짜 전문가, 존재하지 않는 교수나 약사, 의사가 등장한다.

그럴싸한 의학용어를 동원하고 소비자의 절박한 심리를 파고든다. 이러한 행태는 단순히 허위·과장 광고의 범주를 넘어선다. 대다수가 식품 표시·광고법을 위반하는 공공연한 사기 행위다.

피해는 고령층, 건강 취약 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가히 혁명적이지만 규제속도는 극히 더디다.

특히 AI가 일상생활에 더욱 깊숙이 침투할 경우, 이러한 기만 광고는 더욱 활개를 치게 될 것이다. 철저한 단속과 강력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래의 소비자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책임의 소재다. 이 사태는 거짓 광고를 제작하는 제조 및 유통사, 광고를 게재하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대형 플랫폼 업계, 그리고 이 모든 불법 행위를 방치하고 있는 관리·감독 기관이라는 세 축이 형성한 무책임의 삼각고리 속에서 심화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리·감독 기관은 이미 통제를 벗어난 상황을 여전히 '늑장대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좌시하고 있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더 이상 '플랫폼 책임론'의 방패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범정부 차원의 AI 딥페이크 기만 광고 추적과 단속 특별 전담팀(TF)을 조직해야 한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및 사기 혐의에 대해 민·형사상 최고 수준의 징벌적 배상을 적용함이 마땅하다. 지금이야말로 규제의 칼날을 벼려 디지털 사기 세력을 시장에서 영구히 퇴출시켜야 할 때다.

광고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대형 플랫폼들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강력히 요구한다.

플랫폼사들은 디지털 휴먼 또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전문직 행세를 하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착오에 빠지도록 하는 허위 광고가 판을 치고 있음을 알면서도, 광고비 수익 때문에 방관하고 있다.

플랫폼은 자신이 유통하는 정보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광고 게재 승인 전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강화된 사전 심의 의무를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소비자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해당 광고와 채널을 영구 정지시키는 '무관용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제조 및 유통 업계 역시 눈앞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AI라는 신기술을 사기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업계 차원의 엄격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선포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결국 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멸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명심해야 한다. AI 기만 광고는 전문가조차 기만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진화했다. '의사'나 '교수', '약사'라는 타이틀, 허무맹랑한 효능, 비상식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광고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신뢰를 지양해야 한다.

▲ 박순장 칼럼니스트
▲ 박순장 칼럼니스트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전문가인지 반드시 교차 검색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공식 인증 마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독', '비밀', '마지막 기회' 등의 문구로 구매를 재촉하는 광고는 높은 확률로 사기일 가능성이 내포돼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 시장의 신뢰를 수호해야 할 모든 관계 기관과 기업은 더 이상 지금의 이 심각한 사태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과대·과장·허위 'AI 기만 광고 척결'을 위한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통감하고, 소비자들에 대한 무너진 디지털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면적인 비상 선언과 즉각적인 행동만이 디지털 야만 시대를 끝내고 시장의 윤리를 바로 세우는 유일한 방책이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으므로 즉시 대응해야 한다. 

■ 박순장 칼럼니스트·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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