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명절 연휴 전국 휴게소 매출 1위 행담도 휴게소. 운영사 배만 불려주고 점주들은 고생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명절 연휴 전국 휴게소 매출 1위 행담도 휴게소. 운영사 배만 불려주고 점주들은 고생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기준 자동차 등록은 2640만대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전국 195개, 하루 이용객만 평균 180만명에 달한다.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대표적 공공 편의 시설 고속도로 휴게소가 지금 '국가 공인 폭리 구조'가 고착된 대표적 카르텔 시장으로 전락해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 그곳에서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비싼 가격표를 마주한다. 돈가스 한 접시 1만3000원, 핫바 1개 5000원.

"휴게소니까 원래 비싸지"라며 체념하고 지갑을 열지만 거대한 폭리 카르텔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대한민국 고속도로 휴게소는 더이상 국민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이곳은 한국도로공사, 휴게소 운영사, 그리고 외국 자본까지 얽혀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합법적 착취 구조'의 현장이다.

그러면 왜 휴게소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비싼가. 한국도로공사는 휴게소 운영권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민간 운영사에게 넘기고, 운영사는 이 과정에서 매출의 약 20%를 도로공사에 임대료로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이 다음 단계다. 운영권을 경락받은 운영사는 다시 휴게소 내 식당·카페·편의점 등 소규모 상점에게 매출의 45~60% 수수료를 부과하는 3단계 '수탈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휴게소 가격이 비싼 진짜 이유는 간단하다. 휴게소에 입점한 식당과 매장들이 매출의 50%를 수수료로 운영사에 바치기 때문이다. 1만원짜리 김밥을 팔면 5000원이 운영사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있는 차량들.
▲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있는 차량들.

점주가 식재료를 사고, 직원 월급을 주고, 전기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무엇인가. 점주는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세상 어디에 매출의 절반을 임대료로 뜯는 상가가 있을까. 일반 상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리다. 그런데도 휴게소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구조로 굳어져 있다. 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조건을 받아들인다.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 운영사는 배를 불린다.

충격적인 사실은 폭리 구조 뒤에 외국 자본 맥쿼리가 있다는 점이다. 맥쿼리는 주요 휴게소 건물을 사들인 뒤 운영사에 재임대하면서 매출의 30%를 추가로 받아간다.

점주가 50%를 내고, 맥쿼리가 30%를 가져가고, 한국도로공사가 20%를 받는다. 결국 100%가 훌쩍 넘는 이 기형적 구조 속에서 누가 손해를 보는가. 오직 국민뿐이다.

휴게소 매출 구조는 점주 50% → 운영사 20% → 외국 자본 30%로 이어진다. 100% 수탈에 가까운 비정상적 구조로 되어 있다.

맥쿼리가 계약서에 넣은 '연 3% 자동 인상 조항'도 문제다. 물가가 오르든 말든, 매출이 늘든 줄든 상관없이 매년 수수료는 자동으로 오른다.

이 조항 때문에 영세 운영사들은 줄줄이 파산하고 있다. 맥쿼리는 고속도로라는 독점 환경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 국가의 공공재를 사유화해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이 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비정상의 정점에는 한국도로공사 고위 간부들의 '전관예우 카르텔'이 있다.

도로공사 퇴직 간부들은 줄줄이 휴게소 운영사의 감사나 임원으로 낙하한다. 이들은 재직 시절 만들어놓은, 혹은 묵인해온 살인적 수수료 구조를 비호하며 그 과실을 나눠 먹는다.

▲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기 위해 주차장에 들어찬 차량들.
▲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기 위해 주차장에 들어찬 차량들.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존재해야 할 공기업이 퇴직 간부의 '제2의 월급통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국가 기강 해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국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그 돈이 전관 카르텔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이 부조리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국민 편의가 아닌 '국민 등골 브레이커'로 전락한 대한민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한 수술을 해야 한다. '운영사 - 외국자본 - 도로공사 전관'이 얽힌 삼각 부패 카르텔이 국민의 지갑을 털고 있는 동안 우리는 5000원짜리 핫바를 먹으며 "원래 비싸지"라고 체념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정부와 국회가 당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도로공사 퇴직 간부의 휴게소 업체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라. 전관예우 카르텔의 뿌리를 뽑아라.

맥쿼리 등 외국 자본과의 불공정 계약을 재검토하고 '자동 인상 조항'을 폐기하라.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

▲ 박순장 세이프타임즈 수석 논설위원
▲ 박순장 세이프타임즈 수석 논설위원

50%에 달하는 살인적 수수료율을 합리적 수준으로 즉각 조정하라. 점주도 살고 소비자도 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 편의시설이다.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공공성과 합리적 가격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 한국도로공사는 복잡한 수수료 구조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입점업체도 적정 수익을 확보하면서 소비자도 합리적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진정한 국민 편의시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구조적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박순장 세이프타임즈 수석 논설위원 겸 소비자안전안심센터장 (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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