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승만 재평가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역사왜곡은 부적절

▲ 영화 건국전쟁 포스터 ⓒ 영화사 제공
▲ 영화 건국전쟁 포스터 ⓒ 영화사 제공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한 영화 '건국전쟁'이 인기다. 여당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대형 교회에서도 단체관람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감독한 김덕영 감독이 느닷없이 영화 '파묘'의 흥행을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 영화 파묘가 "반일주의를 부추겨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며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영화 파묘 포스터 ⓒ 영화사 제공
▲ 영화 파묘 포스터 ⓒ 영화사 제공

영화 파묘는 한 가족의 묘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기묘한 현상을 일제 강점기 시절의 역사 이야기와 엮어 만든 오컬트 무비다. 이 영화는 일제가 한민족의 '기'를 끊기 위해 한반도 곳곳에 쇠말뚝을 박는 만행을 차용해 구성한 듯 하다.

일제 만행에 대한 비판이 '반일주의'라면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는 영화 '노량'이나 '명량'은 어떤 주제를 표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 '반일주의'가 이승만의 재평가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오히려 '반일주의'는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과 높은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닌가.

영화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곳곳에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담겨 있다.

영화는 이승만이 독재가 아닌 '장기집권'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집권 기간에 헌법을 두 차례나 개정하고, 그 과정에서 '사사오입'이라는 폭력적이고 기발한 방식으로 국회를 무력화한 것은 독재적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지 모르겠다.

3·15 부정선거와 김주열 열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4·19 혁명이 이승만 때문이 아니라 이기붕 등 자유당 세력 때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역사학자 심용환씨는 당시 3·15 부정선거 한 해 전인 1959년 이기붕의 자유당은 내각제 개헌을 시도했지만, 대통령 이승만의 강력한 거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을 유지하기 위해 내각제 개헌을 거부하고 결국 희대의 부정선거를 촉발한 당사자는 과연 누구인가?

▲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 개장식 참석자들이 하늘소에 올라 전망을 감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린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 개장식 참석자들이 하늘소에 올라 전망을 감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영화에 편승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승만 기념관을 서울 한복판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승만은 이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아이콘이 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이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승만'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승만에 대한 재평가는 왜곡된 측면이 많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이승만이 '건국의 아버지'라는 주장은 우리 헌법의 기초가 되는 이념적 배경을 통째로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세워졌고, 4·19의 혁명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헌데 4·19를 유발한 장본인이 어떻게 '건국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자신들의 이념에 근거해 이승만에 대한 재평가를 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영화가 다른 영화 때문에 '흥행'에 지장을 받고 있고, 그 이유가 이념적인 이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당당하고 훌륭한 '건국의 아버지'라면 영화 '파묘'를 두려워할 리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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