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15일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렸다. 한일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지금 대통령의 기념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됐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좌·우 편가르기와 뉴라이트 이념만 대변하는 편파적인 기념사로 끝났다. 한일간의 과거사나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를 합법화하고 대한제국의 패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아울러 뉴라이트 계열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온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는 주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에 즈음해 뉴라이트 계열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대하고자 했다.

이승만 정부에서도 '독립'이 아닌 '건국'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의 일관되고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 공표 이후 세계 각국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여기서 '수립'이라는 용어에 주목해야 한다. 건국이 아닌 수립이라는 것은 그동안 나라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중단이 없었고 일본의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행위에 주권행사를 못했을 뿐이다.

'독립운동'이나 '해방운동'이 아닌 '건국운동' 이라고 규정지으면 그동안의 우리 역사를 일제강점기로 인해 스스로 중단시키는 꼴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8·15기념사에서 했다는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고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고 했다. 위정자들이 아직까지 국민의 의식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구시대적 편가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발언이다.

▲ 김춘만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 김춘만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반국가세력이라 함은 진보정권때나 보수정권때나 항상 존재해야 한다. 그들은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항상 보수정권 집권기에만 등장한다. 명백한 편가르기에 다름아니다. 대한민국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있다. 정권에 따라 좋고 싫음이 갈릴 수 있다. 자기에게 반대하면 조작 선동이고 왜곡이며 사회교란 세력이란 말인가.

대통령은 한미관계 강화와 대일관계 회복도 빼놓지 않았다. 한미관계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거대 세력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관계도 미국 못지않게 중요하다. 너무 미국에 밀착하는 것도 위험한 외교다. 두 나라의 힘의 균형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이용해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혼자 운영하는 나라가 아니다. 먼저 우리 국민에 대한 배려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해묵은 건국타령과 일본에 대한 배려보다는 만연한 사회적 불안과 불평등, 그리고 경제적 추락에 더욱 신경 쓸 때다.

역사는 진보하고 정치는 발전해야 한다. 올 해 8·15 광복절 기념사를 보면 우리역사와 정치는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우리 역사인식과 일본에 대한 관계는 위험할 정도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를 극복한 5000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우리 국민은 좌·우 대립없이 모두 한마음으로 조국을 사랑한다"는 대통령의 말을 들었으면 8월의 더위쯤은 한 번에 날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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