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위해 차출된 장관 자리 대신 채운 6명의 장관 후보
원 장관이 찾은 극우집회 앞으로 총선 지지세력 가늠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중폭의 개각을 단행했다. 6개 부처 장관이 새로 임명됐다. 새로 임명된 장관들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관료'와 '여성'으로 압축된다.
임기 중반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전문가를 발탁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지만, 자리를 내준 장관의 면면을 살펴보면 '총선용 개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체된 추경호, 박민식, 원희룡, 정황근, 조승환, 이영 장관은 모두 총선을 준비 중이다. 앞서 교체된 대통령실 비서진 가운데도 김은혜(홍보), 강승규(시민사회), 안상훈(사회) 수석이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곧 총선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각료만 7명에 수석비서관 3명 등 윤 대통령을 보필했던 측근 인사만 10명이 총선에 나서는 셈이다.
원희룡 장관과 한동훈 장관을 이번 총선의 간판으로 내세워 투 톱 체제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이 대표의 지역구인 계양을에 출마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사실상 명운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안정적 의석 확보가 국정 운영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 대표와 사무총장 등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자신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인물을 앉힌 것도 그런 이유로 보인다.
그런데 총선 간판으로 내세울 인물이 처음으로 찾은 곳이 '극우집회'라는 점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원희룡 장관이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뒤 처음 찾은 곳은 전광훈 목사가 주요 연사로 참여하는 기독교 집회였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독실한 기독교인임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며, 이 대표를 '걸림돌'로 표현하기도 했다.
다음 연사로 등장한 전광훈 목사는 원 장관의 '간증'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원 장관은 행사 참석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은 누가 참석했는지 몰랐다"며 "전 목사는 만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원 장관은 대기실을 직접 찾아가 전 목사와 인사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원 장관의 이런 행보는 자신을 이재명 전 대표와 동일한 위치에 놓으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어떤 계층의 지지를 얻으려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과 극우인사 전광훈 목사는 '밀착'과 '결별'을 반복해 왔다. 지난 4월 전광훈 목사가 '총선 공천권 포기'를 요구하면서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나서자, 김기현 대표는 전 목사와 관계 절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의힘은 전광훈과 같은 극우인사들의 '강력하고 자극적인 선동'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상황을 반복하다가 '표'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다시 손을 내미는 형국이다.
30% 지지율에 갇혀 있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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