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공약만 제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토론없는 토론회
중단된 신년기자회견 재개하는 등 소통하는 노력 기울여야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들어 벌써 세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수원에 있는 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의 주제는 반도체 산업 육성이다.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이 600조가 넘는 돈을 반도체에 투자하면 정부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미 발표된 내용에 정부의 지원 의지만 덧입힌 별 내용 없는 토론회다. 토론회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의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 기업 관계자들의 '감사인사'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찾아다닌 곳은 용인과 고양, 수원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하락으로 전패가 걱정된다는 수도권 지역이다.

윤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장밋빛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세 번의 토론회 모두 토론은 없고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표로 채워졌고, 이런 '토론회'는 앞으로 총선 한 달 전인 3월까지 10여차례 더 계획돼 있다.

대통령이 총선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작 새해 국정 운정에 대한 궁금증 해소를 위한 신년 기자회견은 예정조차 잡혀 있지 않다.

▲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이유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용산 이전 이후 출근길에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이어갔지만 MBC 이른바 '날리면' 보도 이후 전면 중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이유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용산 이전 이후 출근길에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이어갔지만 MBC 이른바 '날리면' 보도 이후 전면 중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취임 초기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언론 접촉조차 쉽지 않은 청와대를 떠나 아침 출근길 짧지만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주고받는 대통령의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몇 차례의 말실수와 구설수에도 꾸준히 이어지던 '도어 스테핑'은 MBC의 '날리면' 보도와 대통령에 대한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이유로 전면 중단됐다. 이후 대통령과 언론과의 소통은 사실상 단절됐고, 방송통신위원장과 공영방송 사장 교체, 언론사의 소유구조 변경 등 언론환경 변화를 위한 강압적인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새해 벽두마다 볼 수 있던 연두기자회견은 몇 년째 볼 수 없다. 기자회견의 중단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김건희 리스크'도 크게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

'명품백 사건'과 '김건희 특검법' 이후 김건희 여사는 벌써 한 달째 언론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논문표절, 허위 경력 문제 등이 불거졌을 때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사과 이후 두문불출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김 여사가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진 시기에 김 여사 모녀가 주식거래로 23억원을 벌었다는 검찰 의견서가 공개되는 등 여전히 리스크 해소가 되지 않은 탓일 것이다.

▲ 지난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김건희, 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김건희, 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 최근의 대통령실의 행태에 대해 윤 대통령을 '엄호'해오던 보수 성향의 언론들까지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민심이 악화됐다는 반증이다.

윤석열 정부가 과거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판은 고스란히 지지율에 반영되고 있다. 이런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대통령의 선심성 공약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토론없는 토론회'라면 되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언론과 국민 앞에서 당당히 서서 의혹은 해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면 돌파하는 것이 민심 이반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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