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율 소폭 감소 불구 되레 '50인 미만' 유예 움직임
산재예방 예산까지 대폭삭감 '노동현장 불안' 목소리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이 다가오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망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이 다가오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망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죽음의 외주화'라는 끔찍한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노동환경,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크게 미흡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런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2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가 과연 중대재해법을 정착시키기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산재 예방과 시설지원을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는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50명 미만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개선을 위한 보조금 지원 사업인 '클린 사업장 조성지원' 사업 예산을 300억원 넘게 줄였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사실상 대기업처럼 예산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안전시설 확보는 물론 휴게시설 한 칸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클린사업장 조성 지원 사업은 산재에 취약하지만 안전설비 설치가 어려운 소규모 기업에게 산재예방비용을 50%에서 많게는 80%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이 예산을 300억원가량 줄였고, 대상 기업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산업안전감독 역량 강화 예산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 지난 9월 19일 경기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0여 명이 중대재해법 유예 움직임에 반대하는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9월 19일 경기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0여 명이 중대재해법 유예 움직임에 반대하는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노총과도 대화 채널이 단절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이 적용되고 있는 산업현장에서도 재해율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현장의 사망사고 감소율은 16%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을 시행하고 집행하는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재해율 감소가 소폭에 그친 것은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처벌 수위나 안전관리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그럼에도 적용대상 확대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시행을 2년 더 유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힘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법 적용시기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지난 9월 19일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오빛나라 변호사가 SPC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9월 19일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오빛나라 변호사가 SPC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노동현장은 여전히 열악하고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는 사례는 빈발하고 있다. '파리바게트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는 허영인 SPC회장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지난 8월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는 반죽기계에 몸이 끼는 사고를 당해 열흘 만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에도 SPC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는 20대 노동자가 교반기에 끼어 숨졌다.

SPC는 지난해 사고 이후 재발방지와 안전시설 확보를 약속했지만,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SPC는 안전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새로 들여온 샤니 공장의 기계에는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가 여전히 모호하고 처벌규정이 약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어둡고 위험한 작업장에서 홀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청년 '김용균'씨 같은 처참한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이 여전히 이런 사고를 막지 못한다면 이 법을 보완하는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도리어 예산 삭감과 시행 유예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과연 노동자를 위한 개혁인지 아니면 '사용자'를 위한 개혁인지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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