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장 임명된 인요한 위원장 출범 초기부터 삐걱
진정한 혁신 이루려면 대통령실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야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씨가 임명된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TK로 대표되는 '경상도당'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하고, 극우 성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당의 정체성을 바로 잡아 지지층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인 위원장에게는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에 따른 당의 충격도 추스르면서 개혁작업을 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취임 후 보이고 있는 행보는 과연 국민의힘을 혁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한다. 인 위원장이 처음으로 내놓은 혁신안은 당의 징계를 받은 이준석, 홍준표, 김재원 전 의원에 대한 사면 문제였다.

이 제안은 거론된 당사자들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비판받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을 속 좁은 어린애로 몰고 있다"며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고, 홍준표 대구 시장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당사자들과 아무런 사전 교감도 없이 불쑥 꺼내든 '사면' 카드는 결국 실패한 '이벤트'로 끝나고 말았다.

총선과 관련해서는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오보"라고 핑계를 대는가 하면, 김기현 당 대표 등 영남권 중진의원들은 험지 출마해야 한다는 성급한 제안으로 반발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 위원장에게 기대하는 혁신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직적 관계로 전락한 당과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정책 실패를 방어하기 급급했다.

누구도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입법부로서의 기능과 모습을 되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다른 한 가지는 '영남당'에, '극우당'으로 전락한 당의 정체성을 바로 잡고 지지층을 넓히기 위한 공천 쇄신 작업이다. 인적 쇄신 없이 국민의힘 변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 위원장이 제안한 '사면' 대상자에는 가장 혁신적인 인물인 유승민 전 의원이 제외돼 있다. 당 내외에서 당의 개혁을 위한 대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인물을 배제한 채 어떤 개혁을 이루려 하는지 의심스럽다.

이준석 의원은 내년이면 당원권이 회복되고 홍 시장은 총선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친윤 김재원 전 의원을 복권시켜 총선 가능성을 열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만일 그렇다면 인 위원장의 혁신위 역시 용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자"는 취임 일성부터 모 재벌 회장의 발언을 카피한 듯한 인상을 줬던 인 위원장이 독자적인 개혁을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중한 판단과 언행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 위원장 스스로 대통령실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힘의 개혁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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