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으로 2030년이면 경제활동인구의 50%에 이르는 일자리가 소멸하고, 2040년이면 현존하는 대부분의 일은 인간 몫이 아닐 것이라고 한다.

근로소득이 없는 시대, 즉 개인이 소득세를 내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이런 '빅체인지(BigChange)' 시대에 상속세는 유지돼야 하는가?

상속세란 사망으로 그 재산이 가족이나 친족 등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경우에 당해 상속재산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상속세를 폐지할 것인지 아니면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 동안 논란이 돼왔다.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상속세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부의 대물림을 줄이기 위해 상속세는 정당하다", "상속세 폐지 주장의 본질은 세금없이 부를 대물림하고 싶은 욕망"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상속세는 출발의 평등, 빈부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부의 대물림을 안 좋게 보는 문화가 깔려있는 게 현실이다.

한편 상속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부의 세습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할증까지 고려한 지배주식 비중과 기업규모에 따라 상속세 최고 세율이 6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직계비속의 상속자산, 가업, 기업 등 승계시 상속세 부담이 가중돼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상속세가 높은 이유는 세원이 불투명했던 과거, 기업인의 탈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높은 세율을 적용한 것에 기인한다. 한국의 한해 상속세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전체 세수대비 상속세는 1%에 불과하다. 그래서 상속세를 폐지해도 세수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상속세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사람들의 소득환경 변화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세상을 만든다. 모든 분야에서 로봇이 투입되고 자동화가 이루어져 지금 사람이 하는 일 대부분은 사라지게 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화되면 소수의 사람만 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일로부터 해제된다. 전문가들은 20년 내에 이런 일이 인류사회에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일이 없는 사람들은 소득이 없이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가가 기본소득을 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자본소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하며,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개인에게 균등하게 지급한다.

자본소득은 예금, 주식, 펀드, 부동산 등에 투자해 자본이 스스로 돈을 버는 소득이다. 자본의 소유자가 그 자본을 이용해 얻는 이익, 이자, 배당금, 임대료 등 노동을 하지 않아도 자본을 소유하고 있으면 소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가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은 재원에 한계가 있어 실행하기 어렵다. 그러면 대안은 없는가? 대안은 상속세를 폐지해 상속재산으로 자본소득을 늘려주는 방법이다. 즉, 일이 없는 사람들이 자본소득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삶의 방식을 바꿔주는 것이다.

둘째, 상속세는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한국의 경영환경에선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상속세는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해외로 자본이 유출가능성도 있다. 부의 세습이전에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속세를 폐지하는 게 맞다. 상속세를 폐지하면 부의 대물림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이 성장해 더 많은 일자리도 창출하고 소득세, 법인세 등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단,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등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한 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폐지하는 조건이다.

OECD 35개국 증 상속세 없는 국가는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뉴질랜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스웨덴, 체코, 오스트리아, 멕시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13개다. 많은 나라들이 상속세를 폐지하는 이유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어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해외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함이다.

다행히도 기획재정부는 "과거에 소득이 투명하지 않고 세원 판단의 어려움이 있어 고 부담 구조의 상속세 체제를 구축했지만 이제 투명성이 많이 향상됐다"며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이미 근로소득의 시대에서 자본소득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에 맞게 상속세는 폐지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전통적인 소득환경에 기반해 상속세를 유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리지게 되면 사람들은 국가에 의지하거나 자본소득에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제 국가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자본소득을 획득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은 상속세를 폐지해 부모, 기업 또는 사회로부터 기본자산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한편 상속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 한해 국가가 기본자산을 제공하면 된다. 상속세는 폐지할 때가 됐다.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저서 △이제 개인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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