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퇴역 경주마의 절반 이상(55.8%)이 폐사·행방불명되도록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 '죽음의 경마'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동물복지 선진화'를 내세운 마사회 홍보와 달리 은퇴 후 20년 이상 더 살 수 있는 경주마들의 관리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됐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농해수위)은 22일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퇴역마 활용 현황'을 인용해 이같이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퇴역한 경주마 6741마리 가운데 3461마리(51.3%)가 폐사했고 303마리(4.5%)는 행방불명 상태로 확인됐다. 전체의 55.8%가 은퇴 후 5년을 채 넘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주마는 평균 5~8세에 은퇴하지만 말의 평균 수명은 25~30세에 달한다. 은퇴 후에도 2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말들이 5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절반 이상 폐사하거나 행방불명된 현실은 동물복지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조 의원은 비극이 마사회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마사회가 퇴역마 관리를 '자율신고'에 의존하면서 마주가 허위 용도를 신고하고 말고기 업자에게 판매해도 마사회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다.
조 의원은 "마사회가 도심 승마 체험 등 화려한 홍보로 국민을 기만하면서 뒤편에서는 경주마들의 비극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충남 공주 폐마 목장 학대 사건은 퇴역마 복지 사각지대를 나타내는 사례로 꼽힌다.
조 의원은 "호주, 일본 등 경마 선진국처럼 경마 상금이나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말복지 기금'으로 의무 적립해 퇴역마의 남은 생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