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부근에서 역주행 차량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가해자는 68세 남성 차모씨로 40년 경력을 가진 버스 운전기사였다. 차씨의 진회색 제네시스 G80 차량은 소공로 교차로에서 세종대로 방면으로 역주행을 시작했고 180m를 고속으로 달려가 왼쪽 인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인도로 넘어갔다.
이날 사고로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가 생겼다.
◆ 브레이크 안 들었다더니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3일 시청역 교통사고 관련 2차 브리핑을 열고 가해 운전자 차량이 운전을 시작한 호텔 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속도를 높여 가속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또 가해 차량이 행인과 다른 차량을 친 후 정차한 지점 등에서 스키드마크(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면서 생긴 자국)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현장 음주 측정을 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사고 97분 후 병원에서 1차 음주감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선 차씨 부상이 심각해 음주 측정을 할 수 없었을 뿐, 이후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음주 측정이 이뤄졌다"고 했지만 차씨가 사고 직후 회사 동료에게 전화해 급발진을 주장한 것을 보면 음주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는 경찰의 설명에 의문이 남는다.
◆ 급발진 형사재판 13건, 무죄는 단 2건뿐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3년간 전국 법원에서 선고가 확정된 차량결함에 의한 급발진 형사 재판 13건 가운데 단 2건만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들은 2022년 1월 광주지법 순천지원과 2022년 11월 제주지법에서 판결 내렸다.
이들이 무죄를 받은 결정적 증거는 브레이크등이 켜진 모습과 블랙박스 속 의도와 다른 운행이 시작됐다는 음성 녹음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 관련 CCTV를 분석한 결과 차량 역주행 때 차씨의 차량엔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 무너진 가드레일
참사 당시 피해자들은 가드레일이 설치된 인도 안에 서 있었다.
그러나 역주행 차량이 달려왔을 때 가드레일은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인도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확인 결과 사고 현장의 가드레일은 보행자 보호 목적이 아닌 무단횡단·자전거 추락 방지 용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가드레일은 차량용과 보행자용으로 나뉘는데 차량이 도로를 이탈해 인도 등을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량용과 달리 보행자용은 차량 충돌 시험을 거치지 않는다.
시청역 인근의 가드레일이 성능 기준이 취약한 보행자용이었던 탓에 인도의 피해자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다.
현재 가드레일 성능·유지·보수에 관한 법 기준은 미비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모든 도로에 가드레일 설치 시 무게 2270㎏ 차량이 시속 100㎞로 충돌해도 버티는 성능 이상을 충족하게 한 호주와 같이 우리나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유족들에 대한 보상은?
차씨의 자동차보험 손해보험사는 이번 사고로 보상 문제 전담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대책본부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고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피해자 보상은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연령대가 30~50대였던 점을 감안할 때 잔여 근속 기간에 따라 보험금 액수도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가 9명인데다 자동차 종합보험의 경우 대부분이 대인배상 보장 한도 무제한 상품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사고 피해자들은 서울시민안전보험에 따라 사회재난사망 보험금 2000만원을 시에서 지원받을 예정이다.
◆ 이어지는 추모의 물결
참사 이후 3일이 지난 오늘도 사고 현장엔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민들은 피해자들이 숨진 자리에 국화와 소주, 추모 편지를 두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모를 이어갔다.
인근 꽃집에선 손님들에게 무료로 국화 1송이를 건네며 추모에 동참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누군가의 가장이었을 분", "바쁜 길에도 잠시 들러 추모의 시간을 가지겠다" 등 추모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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