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표 잡으려 자신이 처벌한 박근혜 전 대통령 찾은 한동훈 위원장
조국 돌풍이 상징하는 것은 덜 나쁜 정치 세력 찾는 정치 허무주의

▲  4·10 총선을 15일 앞둔 26일 거대 양당이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승리 가능성이 큰 '우세' 지역으로 국민의힘은 82곳을, 더불어민주당은 110곳을 각각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그래픽
▲ 4·10 총선을 15일 앞둔 26일 거대 양당이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승리 가능성이 큰 '우세' 지역으로 국민의힘은 82곳을, 더불어민주당은 110곳을 각각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그래픽

총선 보름을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이 여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시민사회 수석의 회칼 발언, 풀리지 않고 있는 의정갈등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급한 마음에 '범죄자, 종북세력' 운운하는 현수막을 게시하며 단골 소재인 이념 문제를 다시 꺼내 들려 했지만, 수도권 출마자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결국 몇 시간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여기에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도태우 후보의 공천 취소로 대구 민심까지 흔들리고 있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투표하러 갈 맛이 안난다"는 발언으로 대구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TK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았다.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수도권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을 위한 행보가 과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은 보수층에서도 상당히 강성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극우세력의 결집을 위한 방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도층에 대한 외연 확장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동훈 위원장이 직접 수사를 벌이고 처벌한 당사자다.

박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사면됐다. 공판 당시 징역 30년을 구형했던 한동훈 위원장이 과거 피의자를 만나 도움을 청하는 기이한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스스로 사법정의를 구현하는 인물로 차별화를 시도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조언을 구하는 모습은 이런 선명성을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당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하는 것은 20%가 넘는 부동층과 중도층 표심의 향배가 점차 야권으로 옮겨가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지만, 한 위원장도 정부의 실정에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야권의 모습은 어떤가. 민주당은 '비명횡사'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한 내홍과 공천 파동을 겪으며 중진의원들이 여러 명 탈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 중심에는 이재명 대표가 있다.

▲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지난 24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시당 창당행사장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지난 24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시당 창당행사장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의 가혹한 수사로 '멸문지화'를 당했다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로 기소된 7건의 혐의 사실 가운데 6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은 그럼에도 신당을 창당했고, 총선판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5석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런 야권과 비교해 여권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더 좋은 정당보다는 그나마 덜 나쁘고 덜 무능한 정치세력을 지지하겠다는 허무한 민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총선이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을 뽑는 '축제'가 아니라 선혈이 낭자한 복수를 위한 전장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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