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재와 갈등이 낳은 야당 대표의 충격적인 피습사건 발생
득실 따지기 보다 극단적인 대립에 대한 성찰과 대안모색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에서 습격당했다. 이재명 대표를 습격한 60대 남성은 충남 아산 지역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붙잡힌 이 남성은 이 대표를 공격하면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새해 벽두에 발생한 이 대표의 피습은 정치권은 물론 모든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피의자가 살해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경찰이 여당과 야당에 이 사람의 당적보유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과거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여러 차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세 도중 습격당한 적이 있었고, 김영삼·김대중 대통령도 초산 테러를 당하거나 납치돼 죽음 직전에서 살아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경우처럼 명백한 살해의도를 가진 개인의 테러 사례는 우리 정치사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조직적인 행위였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피습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적 감정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우리 정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야가 지금처럼 소통과 타협없이 정쟁만 이어가고 있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타협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다수 의석의 야당은 '물리력'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여당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야당과 대통령의 대립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야당의 특정 정치세력을 '이념 카르텔'이라고 지칭하며 비난하고 있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사실상 지휘했던 법무장관 출신의 여당 비대위원장 역시 '운동권 청산'이라는 갈등의 프레임을 짜며 정치를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특권을 포기하겠다며 공언했지만,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이런 약속을 저버렸고, 반대파를 포용하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분당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갈등은 국민들 사이에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낳고 있다. 여기에 SNS를 통해 무차별로 유포되고 있는 가짜뉴스와 검증되지도 않은 사실을 자극적인 언사로 전달하는 유튜버들은 '확증편향'과 '증오'를 증폭시키고 있다.
기존 언론들조차 사실 검증은 뒤로 한 채 제기된 의혹을 둘러싸고 주고받은 거친 언사들만 발췌해 유튜브로 유통시키는 '조회수'의 노예로 전락하면서, 이제 '팩트'는 사라지고 '갈등'만 남은 세상이 된 듯하다.
이 대표의 피습은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의 증오와 갈등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된 사회병리적 현상이다.
이 대표의 피습으로 여야 정치권은 일단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내심 이 사건이 가져올 파장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계산하기 바쁠 것이다. SNS에서는 여지 없이 검증되지 않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 불행한 사건은 '증오의 정치'가 낳은 산물이 분명하다. 더 불행한 사건이 우리를 뒤덮기 전에 이 사건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 대표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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