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프타임즈가 창간 8주년을 맞아 매월 4일 대국민 안전캠페인 Safe4Day 캠페인.
▲ 세이프타임즈가 창간 8주년을 맞아 매월 4일 진행하고 있는 대국민 안전캠페인 Safe4Day 캠페인.

건물 안에 있는 동안 화재 또는 지진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평소엔 긴급상황에 대한 메뉴얼 숙지 등을 통해 자신 스스로 재난현장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실제상황'에는 예상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재난현장은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운이 좋게 1층에 있었다면 모를까 2층 이상일 경우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 앞길을 밝혀주는 것은 필시 통로 위쪽에서 초록색으로 빛나는 비상구 패널일 것이다.

세이프타임즈가 11월 세이프포데이 캠페인으로 '비상구'를 선정해 살펴봤다. 

▲ 서울 강북구 한 상가 통로. 비상구를 향한 통로에 주방·청소물품이 많이 쌓여있다. ⓒ 김주헌 기자
▲ 서울 강북구 한 상가 통로. 비상구를 향한 통로에 주방·청소물품이 많이 쌓여있다. ⓒ 김주헌 기자

세이프4데이(SAFE4DAY) NFT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정하고 있는 매월 4일 '안전점검의 날'에 맞춰 세이프타임즈 편집독자위원회가 특정 주제를 선정해 한달간 안전실태를 취재한 뒤 보도하는 공익캠페인이다.

대피를 위한 비상구 패널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패널이 가려진다면 위급상황에 생존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

건축법 제49조에 따르면 모든 건축물은 피난시설과 그에 필요한 통로 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르면 피난시설, 방화구획과 방화시설 등을 폐쇄·훼손하거나,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용도에 장애 혹은 소방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 서울 강북구 다이소 미아사거리 지점. 비상구 앞에 물품이 적재돼 있다. ⓒ 김주헌 기자
▲ 서울 강북구 다이소 미아사거리 지점. 비상구 앞에 물품이 적재돼 있다. ⓒ 김주헌 기자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세이프타임즈 취재진이 살펴본 서울 강북구의 한 식당은 안전불감증이 그대로 드러났다. 초록색 비상구 패널이 훤히 보이지만 적치물로 가려져 있었다.

식당에서 주방 뒤쪽으로 온갖 주방용품과 청소물품, 쓰레기 등을 쌓아놓았다. 이 물품들이 피난통로를 대부분 가려 통행이 쉽지 않아 보였다.

피난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1분 1초가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장애물이 활로를 막아버린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식당 입장에서는 물건들을 보관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거나 일이 바빠서 잠시 복도에 뒀을 뿐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사고가 발생한다면 큰 후회가 남을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잡화점 가운데 하나인 다이소의 한 지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서울 강북구 다이소 미아사거리 지점. 온갖 물품이 비상구 개폐문을 막고 있다. 막고 있는 물품 중엔 소화기도 보인다. ⓒ 김주헌 기자​
​▲ 서울 강북구 다이소 미아사거리 지점. 온갖 물품이 비상구 개폐문을 막고 있다. 막고 있는 물품 중엔 소화기도 보인다. ⓒ 김주헌 기자​

다이소는 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물품의 가짓수가 많아 상품 진열대도 빽빽히 놓여있는 매장이 대부분이다.

기본적인 통행로도 비좁은 경우가 많은데, 비상시 이용할 피난통로마저 물건 등으로 막혀있다면 탈출할 공간이 아예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물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피시설의 관리도 중요하다.

통로가 막혀 탈출하지 못해 위험한 일을 겪는 것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될 지도 모른다.

비상구가 막혀있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비상구가 막혀 큰 인명피해를 냈던 사건 가운데 하나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 화재는 2017년 12월 21일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로 6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다.

이 화재는 비상구 물품 적재와 건물의 총체적 불량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 사상자 대부분이 사우나 입구와 비상계단 측에 몰려 있었음에도 탈출하지 못하고 비극을 맞았던 것은 비상구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건사고가 일어났음에도 경기소방서, 장흥소방서 등 여러 소방서에서 비상구와 피난통로를 수시로 적발, 벌금을 부과하거나 제보를 여전히 받고 있다는 것은 안전불감증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설마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겠어'라고 생각한 일은 언젠가 자신이 마주칠 수도 있는 일이다. 설마가 사람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비상구는 '탈출만을 위한' 통로가 아니다. 소방관 등이 화재 진화작업과 구조작업 등을 원활하고 신속히 하기 위한 통로이기도 하다.

사람이 밖으로 나가는 것만을 위한 통로가 아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밖에서 안으로' 통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 명의 목숨을 더 살리기 위해서 위험으로 뛰어드는 영웅들을 위해 비상구를 비워둬야한다. 비상구 차단은 어떤 이유나 해명도 필요치 않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