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다수 향한 흉악범죄 잇따라 사회불안 가중
온라인 범죄예고 실행의사 없어도 강력 처벌해야
경찰 과잉대응 보다 전문가와 면밀한 대책 세워야
'밤새 안녕'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지인들의 안부를 진심으로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인가.
22살의 최종원은 지난 3일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차량과 흉기로 1명을 살해하고 13명에게 상처를 입혔다.
불특정 다수를 노린 흉악범죄는 최근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지난달 21일에는 신림역 인근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 5월에는 과외 앱을 통해 만난 여성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한 정유정 사건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쌓인 불만을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가하는 방식으로 해소하려 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던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상해 대상이 타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범행 장소가 우리의 일상 공간이라는 점과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느닷없이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가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다. 예고된 흉악범죄를 모아 정보를 공유하는 트위터 계정과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사례까지 크게 늘고 있어 사회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게시물은 2백 건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67명이 검거됐다. 절반 이상이 10대 청소년이고 대부분 실행의사가 없는 장난같은 게시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분당 사건의 피의자가 범행 직전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에 자극받아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했다는 점에서 흉기 난동 예고 게시물은 심각한 불안요소가 분명하다. 따라서 이런 게시물을 올린 사람에 대해서는 실행 의사와 상관없이 강력히 처벌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문가들은 불특정다수를 향한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0년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장기경기침체기 이후 2·30대 남성에 의한 살상범죄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08년에는 20대 남성이 도쿄의 번화가인 아키하바라 상점가로 트럭을 몰고 돌진해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같은 살상범죄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범행을 저지르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무직(70%)인 경우가 많았고, 이 사회에서 '자신이 가장 불행한 사람'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림역 사건을 저지른 조선과 분당 사건의 최종원도 이런 경우와 유사하다.
범행지역과 대상도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역 주변이나 백화점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우리 사회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양극화에 따른 청년실업 증가와 코로나19, 이태원 사고와 같은 불안 요소가 겹친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살인 예고 게시물이 온라인에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것은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들과 비슷한 피해의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에 그만큼 많이 존재한다는 불행한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신속하고 면밀한 대응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범죄 발생 예상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CCTV같은 감시시설도 늘릴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지역순찰대를 운영해 상당히 큰 효과를 본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런 대책도 강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중무장한 경찰 특공대에 장갑차까지 배치하는 과잉 대응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경찰의 방범 대책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주도면밀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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