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관리 강화한 정부 정작 정부 소프트웨어 관리는 엉망
이상민 장관 전산망 복구되자마자 또 해외로 무책임 비난 고조

▲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지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내 무인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 연합뉴스
▲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지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내 무인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행정전산망 '정부24'가 먹통이 됐다. 정부의 민원, 행정서류 발급이 중단되면서 큰 혼란이 일어났다.

정부 행정망이 멈춘 것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3월에는 법원 전산망이 마비됐고, 지난 6월에는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NIES·나이스)가 개통하자마자 오류가 발생해 학교 행정이 엉망이 됐다.

행정망은 마비 사흘 만에 복구됐다. 휴일이 끼었다고는 하지만 사흘간 정부 전산망이 마비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0월 SK C&C 전산망 화재로 카카오의 서비스는 닷새 만에 복구됐다.

카카오의 전산망 장애는 화재라는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사고지만, 정부의 이번 사고는 일상적인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카카오의 먹통 사태와는 차이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는 사고 원인을 아직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는 전산망 마비 원인을 '새올' 지방행정 시스템의 네트워크 장비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왜 장비에 이상이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고장을 불러온 원인으로 알려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왜 휴일이 아닌 평일에 이뤄졌는지도 명쾌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행안부는 17일 오전에 행정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상황을 빨리 전파하지 않고, 오후에야 보도자료로 대응 사실을 알려 비난을 받았다.

▲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회는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일명 '카카오먹통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골자는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와 인터넷 데이터 센터같은 주요 시설을 정부의 '관리' 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면 정부의 전산시스템부터 다시 한번 확실하게 점검하고,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대형사고를 낸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공공소프트웨어 시장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문제 삼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에 관리를 맡겨 이렇게 됐다는 논리인데, 스스로 세운 기준을 문제 삼으며 중소기업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전문가들은 "국가 정보화 정책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도 없이 시스템 유지·보수도 각 지자체가 제각각 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기업에 제한을 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전산망 마비가 단순히 행정서비스 불편만 초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만일 중요한 행정 정보와 국민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이 시스템이 테러나 해킹의 대상이 된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허술한 관리 시스템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복구를 위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복구를 위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필이면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디지털 강국'을 홍보하기 위해서 해외를 순방하는 기간에 터진 이번 사고로 대한민국은 국가적 망신을 자초했다.

'이태원 참사' 같은 국가적 재난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던 이 장관은 이번에도 전산망이 복구되자마자 사후 대책이나 보상책 마련 같은 시급한 현안을 놔둔 채 대통령과 다시 영국으로 떠나 버렸다. 정부의 수습책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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