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B산업은행이 시추 인·허가가 취소된 호주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3270억원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 산업은행
▲ KDB산업은행이 시추 인·허가가 취소된 호주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3270억원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 산업은행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시추가 중단된 호주의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사업에 3270억원의 대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은평을)이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2021년 바로사 가스전에 투입할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사업과 관련해 해운 기업 BW오프쇼어 컨소시엄과 대출계약을 맺었다.

▲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산은은 대출기간 14년, 2억5000만달러(3270억원) 규모로 계약을 체결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호주 북부의 티모르 해역에서 진행되는 해상 사업으로 호주 기업 산토스와 SK E&S가 이끌고 있다.

FPSO는 가스 생산·정제가 이뤄지는 초대형 선박 구조물이다. 생산된 가스는 다윈항으로 옮겨져 액화천연가스로 정제 후 수출된다.

산은이 계약한 금액 가운데 1400억원은 이미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금융기관 가운데 바로사 가스전에 실제로 대출이 집행된 사례는 산은이 처음이다.

문제는 지난해 가스전 사업의 인·허가가 지역 주민의 소송으로 일부 취소됐다는 점이다. 산은의 자금이 투입된 생산 설비의 일부가 쓸모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SK E&S는 지역 주민과 협상하고 관련 인·허가 재취득을 노리고 있지만 사업 재개 여부는 불확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의 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산은을 포함해 공적금융기관이 투자 리스크 검토에 미흡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적금융기관들이 호주 사업의 인·허가 리스크를 인지했지만 금융 지원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2021년 8월 산은이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호주의 지역 주민들의 사업 관련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도 각각 4000억원의 지원 계약을 체결했고 인·허가 취소를 받은 뒤에도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원 의원은 "해외 투자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어서 다방면에 걸친 위험요소 파악을 전제로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며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공적 금융기관들이 어떤 경로로 왜 들어갔는지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