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문지석 부장검사가 눈물을 참으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국회방송 
▲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문지석 부장검사가 눈물을 참으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국회방송 

지난 15일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부천지청의 문지석 부장검사는 쿠팡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언급하며 급기야 눈물을 쏟아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퇴직금 규정까지 교묘히 바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가혹한 처사 때문이기도 하고,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린 택배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조차 못받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을 것이다.

여기에 핵심 증거까지 누락하면서 쿠팡을 무혐의 처리해 준 부천지청 지휘부의 부조리한 현실까지 겹치면서 검찰 공무원으로서 느낀 자괴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 사안을 통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나는 쿠팡이라는 거대 기업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불공정한지 재차 확인된 것이고, 또 하나는 국가공권력이 노동자가 아니라 거대 자본을 비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CFS는 2023년 명시된 조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취업규칙을 바꿨다. 이른바 퇴직금 리셋 규정이다. 이렇게 취업규칙이 바뀐 뒤부터 퇴직금 체불 진정이 100건이 넘게 노동청에 접수됐고,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올해 초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올 4월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핵심 증거가 누락됐다는 것이 문 부장검사의 주장이다.

▲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문제가 국정감사 대상이 되고 사회적 관심사로 확산하자, 쿠팡은 그제서야 취업규칙을 원상 복귀하고,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사건이 신속히 회복돼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원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다"는 문 검사의 눈물 어린 호소는 어렵사리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쿠팡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쿠팡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뿐 아니라 산자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농수산위원회에서 감사 대상 혹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번 '퇴직금 리셋' 사건 외에서도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불공정한 근로계약 등 노동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고, 여기에 납품 업체들에 대한 수수료 정산주기 조정, 입점 수수료 같은 불공정행위 의혹까지 일고 있다.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쿠팡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불공정하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그 분야가 한 곳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국감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 전국택배노조원들이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일방적 수수료 삭감·표준계약서 위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전국택배노조원들이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일방적 수수료 삭감·표준계약서 위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쿠팡은 8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12만 5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최대 고용기업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현대차(6만9285명)보다 많다.

하지만, 고용과 노동조건은 어느 기업보다 열악하다.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10대 기업 가운데 쿠팡 계열사 3곳이 포함돼 있다.

가혹한 근로환경으로 사망하는 택배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퇴직금 리셋'과 같은 사례가 보여주듯이 노동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우도 하지 않고 있다. 쿠팡CFS의 일용직은 전체 노동자의 27%에 이른다.

그러면서 쿠팡은 이런 문제가 지적되면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쿠팡은 지난 5월 이후에만 고용노동부의 5,6급 공무원을 8명 채용했고, 공정거래위원회 5급 사무관과 4급 과장, 산업통상자원부 3급 상당의 관료, 검찰 7급 출신 등 10명의 관료를 영입했다.

'목적'이 뚜렷해 보이는 고용이다.

이번 국감을 통해 거대 기업의 횡포로 보이는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쿠팡의 자발적 개선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정감사를 통한 드러난 문제점 외에도 다른 문제들이 없는지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제재와 처벌과 같은 '공권력'의 강력한 개입이 이제는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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