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분노는 이태원에 있었다. 진상도 밝히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정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는 없는 언론, 정쟁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 아이들의 죽음이 놀러 갔다가 죽은 거로 매도당하는 게 참을 수 없다는 그녀의 말. 희생자 하나하나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꿈을 꾸었는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이들의 사라진 목숨이, 날아가 버린 꿈이 얼마나 소중하고 우리 사회가 잃은 게 뭔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26일 뒤인 2022년 11월 22일. 그곳에서 희생된 신애진씨의 아버지 신정선씨가 쓴 일기의 일부분이다. 이제 꼭 3년이 지난 지금 이태원 참사의 진상과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이뤄졌는가.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지난 23일 같은 사안을 놓고 두 건의 감사 결과가 나란히 발표됐다. 하나는 감사원에서 실시한 감사였고, 다른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7월부터 진행된 정부합동감사였다.
감사원은 3년간 진행한 감사 결과 '재난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재난관리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이를 관리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또한 "감사 시점에 이미 수사·재판 및 징계 절차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었고, 감사 목적도 재난관리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자 개개인에 대한 추가적 책임 소재를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미 징계가 끝난 사안이기 때문에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 결론이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시작됐고, 처벌과 진상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정부의 조치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였다.
유족들은 "참사 1년이 지난 뒤 감사를 시작해 2년을 끌어 징계시효 만료 직전에 감사결과를 발표했다"며 "참사 책임자인 공직자들은 감사대상에도 올리지 않았고, 징계를 피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을 자임했던 감사원의 태도를 미뤄볼 때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감사 결과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같은 날 발표된 정부합동감사는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렸다. 감사 결과의 주요 요지는 경찰이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 주변을 경비하느라 참사 현장에 단 한 명의 경비인력도 배치하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데이에는 늘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경찰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2020년부터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세워 관리했지만,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2022년에는 이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실 주변에 집회 관리를 위해 경비인력을 집중 배치했다는 사실이 정부합동감사 결과 드러났다. 대통령의 보호를 위해 국민의 안전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참사 수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책임 있는 공직자들은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사후 조치나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려고 시도하는가 하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진상조사를 방해했다. 특별법 통과 이후에도 특별조사위원회는 예산 부족과 정부의 비협조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 합동조사 TF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 등 6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3년이나 감사를 벌이면서 별도의 징계를 요구하지 않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지난 2024년 출범한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사실상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이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사 3년이 지나서야 외국인 유족들에 대한 진술 조사가 이뤄진 것도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특조위의 활동 기한은 이제 8개월을 남겨뒀을 뿐이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에 이어 참사를 당한 불행한 유가족이 오히려 피해를 입고 사회의 질시를 받는 억울한 사태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