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에서 또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가 대국민 사과를 한 지 불과 엿새 만이다. 정대표는 결국 사임했다.
지난 4일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출신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하 18m 깊이에 있던 양수기 펌프를 고치기 위해 내려갔다가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의 중대재해는 대통령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자주 발생했다. 올해에만 모두 4명이 사망했다.
지난 4월 광명시 일죽동 신안산선 복선 전철 공사 구간에서는 터널 붕괴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2명이 매몰됐고, 1명은 구조됐지만 결국 다른 1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이미 하루 전 위험신호가 있었는데 보강공사를 하던 도중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지하수 누출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결국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포스코이앤씨의 공사현장에서는 계속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 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사고를 언급하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4일 발생한 감전 사고는 대통령의 강력한 지적으로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사과를 하고, 모든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문제없음' 판정을 받아 작업을 시작한 바로 그날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엿새 동안 진행한 전수 안전점검이 아무런 효과도 의미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대통령의 지적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안전 수칙을 일부러 무시하지는 않았겠지만, 현장 실무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자신이 소년공 출신으로 산업재해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끼임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SPC 사고 현장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SPC는 대통령의 방문 이후 불과 이틀 만에 8시간 초과 야근제를 없애고 3교대 근무로 생산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포스코이앤씨도 과감한 개혁 없이는 노동자의 안전확보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희민 대표이사가 '미필적 고의'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포스코이앤씨 대표의 사임이 다른 노동현장에서 책임자가 진짜 '책임을 지는' 좋은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 [문영기 칼럼] '산재 피해자' 대통령의 산재 대책 효과 거두길
- [문영기 칼럼] ‘철도노동자’ 노동부 장관에 거는 기대와 우려
- 김영훈 노동장관, 포스코이앤씨 안전관리 근본대책 주문
- 포스코이앤씨 작업 재개 첫날 또 참사 … 안전 점검 무용지물?
- [세이프가디언] 포스코의 '안전혁신' 면피용으로 들리는 이유
-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사장 "모든 공사, 무기한 작업중지"
- 이 대통령 국무회의서 산재 사망사고 반복 질타
- [세이프포커스] 포스코이앤씨 특별근로감독 중에 또 '참변'
-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사장, 반복되는 사고에 '사의' 표명
- 포스코이앤씨 중대재해 발생 3곳 '자체 진단'
- [문영기 칼럼] 고용부가 아닌 '노동부'가 기대되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