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박모 소방교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시흥시 교량 아래서 실종 열흘 만에 발견됐다.
다음날인 21일 경남 고성소방서 A 소방관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소방관 역시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이다.
박 소방교는 이태원 참사 출동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앓아 왔고, 소방청에서 운영하는 상담실에서 8차례 심리상담도 받고 개인적으로 병원 치료도 받았지만 결국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A 소방관 역시 지난 2월까지 서울에서 근무하다 경남 고성으로 근무지를 이동했는데, 이 기간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이유로 공무상 요양 신청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A 소방관의 요청을 불승인했고, 이의신청 기간 중 사망했다.
A 소방관은 근무지를 옮긴 뒤 두 달간 질병 휴직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만큼 트라우마가 심각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근무지 이동 역시 자신의 질병과 연관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무상 요양 제도는 재직 중 발생한 공무상 질병이나 부상에 대해 보호나 보상을 지원하는 제도다. 승인이 되면 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공무상 요양 기간이 끝나더라도 추가 요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3년까지 요양기간을 연장할수 있다. 퇴직 후 장해 급여 신청도 가능하다.
좀 더 적극적인 적용을 고려했다면 막을 수 도 있었던 불행이다.
이태원 참사는 온 국민을 절망과 고통을 안겨 준 대형 사건이다. 정부는 참사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유가족의 진상 규명 요구를 외면한 채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사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격과 트라우마를 겪었는데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들이 받은 충격과 공포는 훨씬 심했을 것이 분명하다.
소방청의 이태원 투입 소방공무원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상담은 참사 후 1년 동안 131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42명이 심층 상담을 받았다. 얼마나 많은 소방관들이 이 사고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방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소방관은 141명에 이른다.
올해에는 7명으로 이태원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두 명의 소방관 외에도 5명이 더 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체 순직 소방관은 121명이다.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이 더 많다는 점은 소방관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소방청의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그럼에도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의 경우 20% 정도만 순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체 141명 가운데 29명만 순직으로 인정됐다.
업무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인데, 심각한 것은 동료의 사망이 다른 동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결국 예방이 최선이다. 소방관들의 자살을 예방하고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현장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소방관들을 우리가 보호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의 안전도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