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로리가 기존 자사 제품에 비해 33% 낮다고 홍보하는 제품. 열량 관련 표기가 없다. ⓒ 안현선 기자
▲ 칼로리가 기존 자사 제품에 비해 33% 낮다고 홍보하는 제품. 열량 관련 표기가 없다. ⓒ 안현선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15세 이상 1인당 연간 알콜 소비량은 10.2리터로 세계 평균 6.4리터에 비해 1.6배 높다. 2025년에는 10.6리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개월에 1회 이상, 1회 60g 이상의 알콜을 섭취하는 비율인 과음률은 우리나라 평균 30.5%로 세계 평균 18.2%에 비해 1.7배 높다.

남성의 알콜 소비량은 여성의 4.3배, 과음률은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주류 소비량은 높으나 정작 주류에 열량 등 영양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섭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주류 20종을 대상으로 안정성과 영양성분 자율표시 실태를 조사해 17일 밝혔다.

모든 제품에서 안전성은 이상이 없었지만, 영양성분을 표시한 제품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맥주(500㎖)의 평균 열량은 236㎉이었고, 소주(360㎖)는 408㎉, 탁주(750㎖)는 372㎉였다.

현행 주세·식품위생법 등에 주류의 영양성분표시에 관한 의무 규정은 없다. 이에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류 영양성분 표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나 주류 업체는 따르지 않고 있다.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영양성분을 자율표기하고 있는 제품은 수입맥주 1개에 불과했다.

열량을 33% 낮췄다고 홍보하며 '카스라이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오비맥주'사의 국산 맥주 역시 정보가 표기 되지 않아 소비자가 열량을 얼마나 낮춘 제품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오비맥주 소비자상담실에 문의한 결과 카스프레시(500㎖)의 열량은 210㎉, 카스라이트(500㎖)는 140㎉였다.

소비자들은 주류의 열량을 쉽게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상담실에 전화하는 등 불편을 겪어야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EU 국가의 마트에서 판매중인 맥주를 조사한 결과 이미 대다수 제품이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매해 300만명이 알콜에 기반한 유해성으로 인해 사망한다. WHO는 알콜의 유해성을 막기 위해 주류 세금 인상, 주류 광고 노출 제한 등의 제안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알콜 소비량을 줄이고, 시민들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알콜 제품에 영양성분 표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시민의 알권리와 선택권, 건강을 위해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주류 업체에 열량과 영양성분 자율표기를 권고하고, 식약처에 성분 표시 의무화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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