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건물주ㆍ관리인 긴급체포 26일 구속영장
휴대전화ㆍ승용차 압색 … 화재당일 행적조사

▲ 경찰이 건물주 이모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있다.
▲ 경찰이 건물주 이모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있다.

경찰은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건물주 이모(53)씨와 관리인 김모(50)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화재 원인과 건물 관리부실 등을 규명하기 위해 참사 당일 이들의 행적과 관련 자료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 입증을 위한 보강 증거 수집을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와 승용차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위반 혐의, 김씨는 업무상과실치사상혐의만 적용됐다. 경찰은 26일 긴급체포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 스포츠센터 불법투성이 = 스포츠센터는 당국의 허가도 없이 무허가 증축과 용도를 변경해 사용한 불법투성이 건축물로 드러나고 있다. 무분별한 불법 증축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천시는 2011년 7월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스포츠센터 사용을 승인했다. 당초 7층짜리 건물이었던 것이 두 차례의 증축을 통해 9층 높이로 올라갔다.

2012년 1월 7층짜리 센터의 옥탑에 일반음식점 용도로 80.61㎡의 한 층이 증축됐다. 이듬해 6월에는 그 위에 같은 용도로 77.1㎡ 면적의 한 층이 더 올라갔다.

준공후 2년 만에 9층짜리 건물이 됐다. 물론 두 차례의 증축은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아 이뤄진 합법적인 공사였다.

그러나 합동감식팀은 지난 23일 현장 점검을 통해 불법 증축한 부분 2곳을 적발했다. 아크릴로 덮인 81.31㎡의 8층 음식점 앞 테라스와 아크릴ㆍ천막 재질의 지붕이 덮인 53.25㎡의 9층 테라스다. 2곳 모두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증축 시설물이다.

2015년 2월 한 은행에 의해 임의 경매 대상이 됐을 때 법원에 제출된 감정평가서에도 무허가 시설 2곳이 표기돼 있다. 사방이 트여 있어야 할 8ㆍ9층에 아크릴과 천막이 덮인 테라스가 설치된 탓에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불법 증축 건축물만 없었더라도 화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센터의 옥탑, 사실상 10층에 있는 기계실(56.28㎡) 대부분을 차지하는 48.54㎡는 화재 당시 주거 용도의 살림집으로 쓰였다. 기계실 용도를 변경하지 않고 일부 시설을 고치는 경우 굳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살림집을 차릴 정도로 구조를 아예 바꾸려면 용도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 제천스포츠센터 건물이 여러번의 증축을 거치면서 불법투성이로 드러나고 있다.
▲ 제천스포츠센터 건물이 여러번의 증축을 거치면서 불법투성이로 드러나고 있다.

◇ 화재현장서 휴대전화 12개 수거 = 수사본부는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휴대전화 5개를 추가로 확보했다. 경찰은 그동안 현장 합동감식을 벌여 7개의 휴대전화와 가방 등 유류품 20여점을 회수했다. 이후 소방대원들이 수거해 보관 중이던 휴대전화 등 5개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로써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는 모두 12개가 됐다. 경찰은 수거한 휴대전화 중 희생자의 것에는 화재 발생 과정을 규명하거나 사망자들이 생존해 있던 시간을 확인할 정보가 담겨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확보한 휴대전화를 유족에게 돌려준 뒤 동의하면 다시 받아서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화재 현장에서 12개의 휴대폰이 발견,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주목되고 있다.
▲ 화재 현장에서 12개의 휴대폰이 발견,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주목되고 있다.

◇ 부실대응 규명 소방합동조사단 구성 = 소방당국은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당시 소방활동 전 과정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소방청은 다음달 10일까지 내외부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소방합동조사단이 제천 화재참사의 명확한 원인 규명에 들어간다. 조사단은 조사총괄, 현장대응, 예방제도, 상황관리, 장비운용 등 5개반으로 구성된다.

유족과 언론 등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점과 화재진압, 인명구조, 상황관리 등 소방활동 전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 단장은 변수남 소방청 119구조구급국장이 맡는다. 조사 공정성과 신뢰 등을 확보하기 위해 조사단에 참여하는 외부전문가는 법조계, 소방관련 학계, 소방안전 단체 관계자 등 10명이다. 소방청은 조사결과를 다음달 10일 이전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 소방당국이 초기대응 미흡 논란에 대해 합동조사단을 운영한다.
▲ 소방당국이 초기대응 미흡 논란에 대해 합동조사단을 운영한다.

◇ '눈물의 크리스마스' 희생자 영면 = 오전 6시 40분 제천 제일장례식장에서는 최숙자(55ㆍ여)씨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오전 7시에는 10년가량 화재 현장 인근 고등학교에서 조리사로 일해오며 억척스럽게 가족을 보살핀 최순정(49ㆍ여)씨의 발인식을 명지병원에서 열렸다. 최씨는 지난 21일 일을 마치고 이 건물 내 헬스장을 찾았다가 화를 당했다. 최씨는 다음달 남편, 두 자녀와 함께 베트남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같은 시간 제천 제일장례식장에서는 채인숙(50ㆍ여)의 영결식, 제천서울병원에서는 홍은주(59ㆍ여)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오전 8시 서울병원에서는 안익현(58)씨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26일에는 박한주(62)ㆍ박재용(42) 목사 등 4명의 영결식이 예정돼 있다.

앞서 23일에는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장경자(64)씨의 발인식, 24일에는 노모ㆍ딸ㆍ손녀 3대 일가족 등 19명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 제천화재 영결식에서 한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 제천화재 영결식에서 한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 김부겸 장관 이틀째 조문 =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이날 새벽 치뤄진 희생자 영결식에 참석했다. 김 장관은 참사당일인 21일부터 3일간 제천을 찾았다.

전날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김 장관은 하루를 제천에서 머문 뒤 이날 아침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6시 40분쯤 제천 제일장례식장에서 열린 희생자 최숙자(55)씨의 발인식에 참석했다. 이날 하루 참사 희생자 5명의 발인이 엄수되는데 최씨의 발인이 처음이었다.

검은색 코트를 입고 일찌감치 장례식장을 찾아 기다렸던 김 장관은 영결식이 시작되자 조문객들과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발인 과정을 지켰다. 제일장례식장에서 희생자 2명의 발인을 지켜본 김 장관은 오전 8시 30분 제천시청에서 재난 상황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를 마친 뒤 김 장관은 다시 합동분향소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영결식에서 참석했다.
▲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영결식에서 참석했다.

◇ 유가족 심리 안정 전담팀 운영 = 제천시는 스포츠센터 화재 피해자 유가족의 심리 안정 지원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 대면 진료 등을 하고 있다. 박인용 부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26일부터는 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 인력 36명을 추가로 투입해 심층 면담을 진행, 유가족이 받았을 정신적ㆍ심리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부시장은 "합동분향소는 당분간 계속 운영하고 운영 종료 시기는 유가족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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