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서 가장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바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고객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과 불이익이다.

수십년간 성실히 마일리지를 적립해온 아시아나 고객들이 하루아침에 2등 시민 취급을 받고있는 현실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명시한 핵심 조건이 바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마일리지 통합 및 변경 금지'였다. 대한항공은 이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일리지 통합 과정을 보면, 대한항공이 공정위와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마일리지는 단순한 적립금이 아니다. 법원 판결과 학계, 정부 기관이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듯이 마일리지는 엄연한 재산권이다. 아시아나 고객들이 수년간의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축적한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이러한 재산권을 마치 자신들의 시혜인 양 다루며, 일방적으로 그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한항공이 제시한 소위 '통합방안'의 실체다. 아시아나항공이 합병 이전에 제공하던 마일리지 사용처보다 오히려 축소된 옵션만을 제공하면서도 이를 '통합'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이는 통합이 아니라 명백한 서비스 후퇴이자 소비자 기만행위다.

아시아나 고객들이 기존에 누렸던 다양한 마일리지 혜택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좌석 업그레이드 옵션은 제한되고, 파트너사 혜택은 축소되며, 유효기간 규정마저 더욱 까다로워졌다.

이런 식으로 기존 고객들의 권익을 침해하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개선'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대한항공의 후안무치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항공시장에서 거대 독과점 사업자로 군림하게 된 대한항공의 행태는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그 자체다. 경쟁사를 제거한 후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독과점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좌석수를 인위적으로 줄여 수익성을 높이려는 얄팍한 술수는 국적 항공사로서 부끄러운 행위다. 합병으로 인한 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면서도, 마치 서비스 향상인 양 포장하는 뻔뻔함은 도를 넘었다. 이는 독과점 사업자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파렴치한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고객들이 바보라고 생각하는가. 수십년간 항공업계에서 쌓아온 소비자들의 안목을 우습게 보는 것인가. 마일리지 통합 과정에서 보여준 꼼수와 편법은 결국 대한항공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 박순장 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 박순장 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진정한 통합이라면 양사 고객들의 권익이 균형 있게 보호되어야 한다. 아시아나 고객들이 기존에 누렸던 혜택이 최소한 현 수준은 유지되어야 하며,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고객들과 함께 향유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식은 오직 대한항공의 단기적 이익만을 위한 일방적 처사일 뿐이다.

대한항공이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우롱한다면, 소비자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항공권 구매 선택권은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있으며,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외국 항공사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항공사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이미 많은 아시아나 고객들이 다른 항공사로의 이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대한항공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지금이라도 아시아나 마일리지 고객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중단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통합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취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거대 독과점 기업이 됐다고 해서 소비자들을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진정한 글로벌 항공사가 되려면 고객중심의 사고와 공정한 영업 관행이 전제돼야 한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국적 항공사로서의 품격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 것인지 말이다. 선택은 대한항공의 몫이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대한항공이 져야 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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