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연 4.5% 이자율' 예금상품에 '100만원을 맡기면 1년에 4만5000원의 이자, 3년이 지나면 13만5000원의 이자를 받겠다'고 생각한다.
대상이 단리상품이라면 맞는 말이고, 복리 상품이라면 틀린 말이다.
단리상품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가 붙지만, 복리상품은 원금에 이자가 붙고, 그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복리상품이라면 3년 후에 14만1000원의 이자를 받는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복리이자 이해 점수는 100점 만점에 44.9점에 불과했다. 전체 금융지식 평균(73.6점)보다 한참 낮고, 단리계산(75.2점)이나 이자개념(96.7점)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다.
연령이나 소득, 학력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계층에서 복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리이자는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화폐의 시간가치를 말해주는 금융의 핵심 원리다. 그런데 이 중요한 개념을 왜 이렇게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금융상품이 단리기준으로 설명된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의 정기예금 비교공시를 보면 금융소비자가 가장 많이 접하는 은행권의 정기예금은 20개 가운데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단리로 돼 있다.
단리 '연 4.5% 이자율' 정기예금은 1년 뒤 원금의 4.5%가 이자로 붙는다. 원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2년 뒤에도, 3년 뒤에도 매년 4.5% 이자가 붙는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이자가 붙는 방식'을 학습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단리식 사고에 익숙해진다.
금융상품 안내문이나 공시자료가 단리·복리를 구분하지 않거나 잘못 표시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정기예금 비교공시를 보면 이자를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하는 상품을 복리로,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단리로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상품이다.
이처럼 이자율 표시가 모호하면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 소비자들은 복리로 표시되는 투자상품의 수익성을 과소평가하거나, 반대로 분할 상환하는 부채의 이자 부담을 가볍게 여기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복리개념을 실생활 속에서 체득하기 어려운 환경이 금융이해력 전반을 약하게 만든다. 복리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복리개념을 금융 전반에 기본으로 삼고, 금융 실생활에서 활용하게 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예금상품 등 금융상품 공시자료에서 이자율의 연복리 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5년 후 원리금이 124.6%인 정기예금의 이자율은 연복리 4.5%'로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 분기별로 1.1%의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상품의 이자율도 '연복리 4.5%'로 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복리라는 개념을 체득하게 할 수 있다. 연복리 기준으로 통일시키면 상품의 우열을 비교하기도 쉽다.
금융교육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대학생을 위한 실용금융에서도 단리와 복리에 의한 이자 계산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단순 비교에서 벗어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돈이 실제로 어떻게 자라는지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리 시뮬레이터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소년과 청년층에게는 소액 실습 금융 체험 프로그램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복잡한 계산식보다는 눈으로 보는 체험이 훨씬 빠르게 학습을 이끈다. 이를 통해 돈은 단리가 아니라 복리로 자라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야 한다.
복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복리이자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가치를 아는 일이다.
오늘의 작은 선택이 10년, 20년 뒤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아는 사람은 금융뿐 아니라 인생 전체를 더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계산이 쉽다는 이유로 일상화된 단리 중심의 금융 관행을 벗어나야 할 때다. 화폐의 시간가치를 더 정확히 나타내는 복리 개념을 모두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 수익률과 이자율 정보의 기본틀을 복리로 바꿔야 한다.
■ 신중철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 증권사와 종합금융에서 10년 이상 파생상품과 증권의 리서치와 투자업무를 했다. 펀드평가사에서 20년 이상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펀드·연기금·퇴직연금 등의 평가와 컨설팅을 했다. 서울시립대·국민대·한양대 등에 출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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