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중철 논설위원·경영학박사
▲ 신중철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금융상품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중에서도 보험이 단연 으뜸이다.

보험상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복합상품의 맞춤형 특성, 판매채널의 특성,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극히 제한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보험상품은 대인·대물배상 등 손해에 대한 보상기능과 저축기능 등이 결합돼 있으며, 보상을 하는 기준이나 범위도 다르다.

이런 요소를 모두 감안하면 보험상품에는 동일한 상품은 거의 없기에 공개할 정보를 표준화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업계는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판매수수료 구조는 '영업전략과 영업비밀에 속한다'며 보험상품의 비용구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같은 저축성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보험상품에서 공개되는 정보는 예금상품이나 펀드상품과는 다르다. 예금이나 펀드상품은 수익률이라는 정보가 있는 반면 보험상품은 환급금이나 환급률이 제공된다.

금융위, 금감원, 협회가 참여하는 상품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회의가 지난해 5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회의 후속조치 하나로 보험판매수수료 개편방안이 지난 5월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설계사 선지급 보수(판매수수료) 제한·유지보수 신설 △과도한 판매수수료 경쟁·사업비 확대 억제 △수수료 제한을 설계사 개인별로 적용하는 등 보험설계사의 보수체계 개편과 판매수수료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이 담겼다.

그중에서 정보공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수수료 구조를 알 수 없었다.

설계사가 추천한 상품이 수수료가 높아서 선택된 것인지, 진정한 고객 맞춤형 제안이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완전판매와 계약해지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었다.

그동안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일반 금융소비자는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우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소비자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지속적으로 정보를 접하게 되면 이해력은 점차 높아진다.

어린 아이가 꽤 어렵게 느껴지는 어휘도 나름대로 이해하는 것을 보며 '우리 아이는 천재'라고 생각했던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사람들은 애들은 어려운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관이 얼마나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안다.

공개된 정보 모두를 소비자가 직접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가 존재하고 접근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설계사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보가 공개되면 컨설팅 회사나 소비자단체, 미디어, 금융교육 기관 등 제3의 전문기관들이 이를 분석해 재해석하고, 소비자에게 친절한 언어로 설명해 주는 생태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는 복잡한 금융 정보를 사회적으로 번역해 주는 기능을 하며,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거의 깜깜이였던 펀드정보들이 1990년대 말 IMF 위기를 겪으며 투명한 정보공개 필요성이 대두됐다. 포트폴리오 정보를 비롯해 펀드 보수와 수수료 정보 등이 체계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들 정보는 펀드평가사나 금융투자협회 등이 성과평가·요인분석 등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해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에게 제공돼 투자판단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보험상품 정보공개에는 판매수수료 비교공시와 비교설명만이 언급되고 있다.

저축성 보험상품은 수익률 정보, 복합적인 성격의 보험상품에는 상품 구성 요소별 보험료 구성 등 상품의 정보 공개 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보험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 정보공개 방안이 단순한 제도정비를 넘어 보험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신중철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지속가능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 증권사와 종합금융에서 10년 이상 파생상품과 증권 리서치와 투자업무를 했다. 펀드평가사에서 20년 이상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평가와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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