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밀폐공간 작업 중단, 안전대책 마련해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차량 주행성능시험에서 숨진 연구원들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
울산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숨진 연구원들 부검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통보받았다고 9일 밝혔다.
국과수는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크다는 1차 소견을 내고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부검 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는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경위 △배기·환기 시스템 이상 여부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2일 현대차 울산공장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차량 테스트 공간(체임버) 설비·안전 관련 서류 등을 분석하고 있다.
또 안전 관련 책임자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 테스트 상황을 재연해 검증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달 29일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특별감독을 벌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수칙 준수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실내 차량 성능과 아이들링(공회전) 실험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들은 체임버에서 차량 운행조건에 따라 엔진룸 안에 있는 전선 커넥터가 열화·손상되는지를 시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체임버는 차량 1대가 들어갈 크기의 밀폐된 실험실로 온도·습도·압력 등 여러 주행환경을 재연해 성능 시험을 하는 장치다.
체임버는 자동차가 주행을 하면 배기가스가 발생해 일탄화탄소에 취약하다.
일산화탄소는 자동차 배출 가스 중 가장 유해한 물질로 적혈구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운반하는 것을 방해하기에 폐쇄된 공간에서 고농도로 장기 노출되면 사망할 수 있다.
때문에 밀폐공간은 산업안전보건법 제 39조에 따라 산소결핍 등 밀폐공간 유해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안전대책이 필수다.
하지만 금속노조에 따르면 밀폐공간 작업에 필요한 유해가스 장치·경고표시장치·보호구·관리감독자 등 안전대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24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에서 기자들과 만나 "돌아가신 연구원분들과 가족분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관련 발언을 한 시점은 이미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뒤였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적인 회사인 현대자동차에서 일어난 사고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며 △밀폐공간 작업 중단 △안전대책 마련 △노조가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 △트라우마 치료 보장 등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