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역동적 성장과 민생 안정 지원을 목표로 한 2024년 세법개정안을 25일 발표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부터 군불 땐 종부세 폐지나 완화안이 빠진 것을 빼고는 자산과세를 줄줄이 폐지·유예·완화하고 재벌대기업 공제 연장 상향 등을 골자로 한 기업·대주주·부자감세를 줄줄이 내놓았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도 확인할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부자감세로 2028년까지 89조3000억원(누적법)의 세수감소가 전망되는데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해 2029년까지 18조4000억원(누적법)의 세수감소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준다고 기업 경쟁력 제고와 경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일부 계층 감세를 통한 민생경제 회복이 어불성설이며 정부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진다는 사실도 확인하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세수결손 조기경보를 발령하고도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는 윤석열 정부의 초부자와 재벌대기업 감세정책에 반대한다. 국회가 이를 반드시 막고 역동적 성장과 민생 안정 지원을 위한 세원확충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2년 연속 세수결손을 공식화하고도 가업상속공제 확대,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40%로 하향, 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 통합투자세액공제 연장과 공제율 상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취득 과세특례 신설 등 재계 민원 해결을 위한 감세안을 내놓았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유예와 같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무너뜨리는 개악안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고액 자산가 감세를 기업 밸류업이라고 강조하며 경제의 역동성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하고 조세정의를 훼손하는 기업감세와 부자감세일 뿐이다. 

정부는 상속·증여세 과세표준 구간을 5개에서 4개(2억원·5억원·10억원 이하·10억원 초과)로 줄이면서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하위 과표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안을 내놓았다.

2023년 상속세 결정세액 12조3000억원의 53.6%(6조6000억원)가 상속재산 규모가 500억을 초과하는 슈퍼부자 37명(0.19%)에게 부과됐는데 이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자는 것이다.

현재 경영권 프리미엄이 40% 이상 존재하는 데도 최대주주 등 보유주식의 20% 할증평가도 폐지하고 가업상속공제는 사실상 전면적으로 확대했다. 부의 대물림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치워 준 셈이다.

게다가 2024년 세법개정안 감세규모 18.4조원에서 상속·증여세로 인한 감세규모만 18조6000억원으로 그 효과가 압도적이다.

복수의결권주식에 대한 과세특례 신설도 이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보다는 지배주주에 특권을 부여해 소수주주·투자자 권리 침해로 이어질 우려만 제기된다.

금융투자자들이 복수의결권 주식 있는 회사에 투자할 유인이 적고 제도 시행 96일 만인 올해 2월에야 1호 기업이 탄생할만큼 실효성도 적어 제도적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데도 복수의결권에 세제혜택을 추가한 것은 그저 정부의 재계 민원 수리일 뿐이다.  

금투세 폐지도 큰 문제다. 2020년 12월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를 통과한 금투세는 2023년 1월 도입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정부와 거대양당이 2025년 1월로 한 차례 유예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초래했는데도 정부는 기어코 폐지를 들고나왔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양도차익에 자본이득세나 주식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는 주식과 채권 등의 양도소득에 과세하지 않고 각 금융투자상품별로 과세 체계를 달리해 지속적으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금융투자소득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6만6000명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1400만명의 0.9% 수준이다.

개인투자자 1%도 안 되는 자산가들이 납부하게 될 금투세가 폐지되면 그 혜택은 결코 다수의 개미가 아닌 극소수의 슈퍼개미에 집중될 것이다. 

정부는 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선물세트를 마련하면서 생색내듯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다며 결혼·출산·양육 단계별 지원으로 저출산 위험에 대응하고 서민·중산층 등의 세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결혼자금 증여 공제 신설에 이은 혼인신고시 부부 최대 100만원 결혼세액공제 신설, 1주택씩 보유하고 결혼한 부부의 1세대 1주택 간주기간 확대와 수영장·체력단련장 시설이용료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 확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공제 받을 소득이 있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한정된 지원에 불과하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공제받을 소득도 세액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자영업자 1명당 평균 대출액은 3억3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의 3.7배 수준이었고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6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빚내서 빚 갚고 세금 내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재정지출이지만 경제정책 실패와 부자감세로 세수결손 조기경보가 2년 연속 울린 무능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 보니 세금을 감면받을 여력이 있는 이들에 대한 혜택을 민생 정책으로 포장하고 결과적으로 재정 여력을 악화시켜 민생 정책을 축소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줄곧 감세정책만 펴왔다.

법인세를 인하하려다가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자 철회했던 이명박 정부나,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거나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박근혜 정부 등 보수 정부와 비교해 보더라도 그야말로 막무가내식 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56조4000억원 역대급 세수결손 사태가 벌어졌고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세금이 덜 걷히고 있다. 그런데도 반성도 성찰도 없이 해묵은 낙수효과에 기댄 감세정책만 내놓는 윤석열 정부가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이제는 반드시 이를 막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정부의 부자감세를 비판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적당한 선에서 합의해 왔다.

사실상 지금 벌어지는 재정위기의 공범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금투세와 같은 자산과세를 유예하고 폐지하고 인하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정부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국회가 부디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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