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조회·상표 통한 조작여부 표시
특허 출원 통한 경제적 이득 금지
건강과 환경에 영향 때 즉시 퇴출

▲ 지난 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연합 의사당 앞에서 유전체신기술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 AFP통신
▲ 지난 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연합 의사당 앞에서 유전체신기술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 AFP통신

지난해 7월부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추진해 온 '유전체신기술(NGT)' 농산물 규제 완화에 제동이 걸렸다. EU 의원들이 전반적인 완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판단, 새로운 조항들을 추가하면서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전날 유럽의회는 투표를 통해 집행위가 제시한 규제 완화안보다 엄격한 조항에 합의했다.

다만 EU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에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법 시행은 다시 한번 미뤄지게 됐다. EU에선 법이 시행되려면 집행위, 이사회, 유럽의회 3자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7월 집행위가 발표한 초안은 유전자 조작을 20회 미만 겪은 작물(NGT-1)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20회 이상 유전자 조작을 수행한 작물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외부 생물의 유전자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면 NGT는 주로 작물 자체 세포 내의 유전자, 혹은 자연 교배될 수 있는 작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편집한다.

인위적으로 조작한 돌연변이인 GMO와 달리, NGT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작물을 건강, 환경에 대한 위험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력 조회와 상표 표시를 통한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허를 출원해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유럽의회는 이번 투표에서 주요한 사항들을 수정했다.

먼저 위험 평가는 질병 저항성과 온난화 적응 등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때만 면제해 주기로 했다. 또 이러한 작물에 대한 추적과 상표 표시는 폐지하지 않기로 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감시하도록 했고 건강에 미치는 위험 등이 발견되는 즉시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조치도 마련됐다.

조작을 통해 제초제에 대한 내성을 추가한 작물 등은 위험평가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허 출원을 가능하게 해 주자는 집행위의 방침에도 의회는 반대표를 던졌다. 특허를 통해 종자 변형 회사에 소규모 영농들이 경제적으로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전체적인 방향은 NGT 작물을 허용하는 쪽으로 투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환경단체들의 우려도 나온다.

유기농 작물에 대한 유전자 편집이 허용되면서 유기농 농업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NGT 자체가 세상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기술인 만큼 환경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리안 말레(Ariane Malleret) 그린피스 프랑스 농업 캠페인 담당은 "유럽의회 의원들은 시민의 건강과 농업의 미래를 보호해야 할 그들의 책임을 저버렸다"며 "유럽 농민들은 기술을 보유한 소수에 의존하는 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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