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마저 봉쇄당한 채 폭격 받는 가자지구
민간인 인권 언급하며 중재 나선 국제기구들

▲ 지난 8일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로 변한 도시 속에서 피난처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 AP 통신
▲ 지난 8일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로 변한 도시 속에서 피난처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 AP 통신

가자지구 230만명의 주민들은 폭격과 봉쇄 속에 지옥과 같은 삶을 견뎌내고 있다.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을 인정하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인권 문제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 프랑스앙포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완전한 봉쇄'를 실행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Yoav Gallant)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9일 "전기도, 물과 식량도, 가스도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선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0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해 '끔찍한 복수'를 맹세한 후 가자지구에서 8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전에도 가자지구는 봉쇄돼 있었고 소규모 교전도 자주 일어났지만 이번엔 '완전한' 봉쇄와 '무차별' 폭격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 봉쇄와 폭격 속 가자지구

2006년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한 이래 17년 동안 지중해로 나가는 길은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봉쇄돼 있고 하늘길도 막혀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철책을 세우며 조건적인 통행만 허락했다. 주민 60% 이상은 국제 원조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비참했던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권이 극적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하루 동안 18만7000명의 사람들이 폭격으로 집을 잃었으며 이는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최고치다.

▲ 지난 10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가 폐허로 변했다. ⓒ AP 통신
▲ 지난 10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가 폐허로 변했다. ⓒ AP 통신

현재 가자지구에선 10%의 식량만이 조달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국제기구의 원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엔 난민보호활동기구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완전 봉쇄로 이번주에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량 배급을 받지 못했다.

물 공급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스테판 두자릭(Stéphane Dujarric)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유압·위생 설비가 손상돼 4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전기공급도 원활치 않다. 이번 테러 이전에도 이미 하루 12시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생산에 필요한 인프라와 연료 등을 전부 이스라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갈등이 심각해진 현재 전기와 연료는 더욱 부족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에마뉴엘 마사(E㎜anuel Massart) 국경없는 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는 "연료가 없으면 의료 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 지역 병원 수술실들은 밤낮 없이 돌아가고 있으며 병실과 인력 등을 포함해 심각한 자원 부족을 겪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연료와 의약품은 2~3일 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폭격으로 인해 구급차와 도로가 손상돼 응급의료 시스템도 마비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서 탈출하거나 공급품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집트와의 국경 초소인 라파다. 이 지역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이집트 정부에 의해 개방과 폐쇄를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에 위치한 라파 지역을 폭격했다. ⓒ AP통신
▲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에 위치한 라파 지역을 폭격했다. ⓒ AP통신

◆ 중재 나선 국제기구들

다수의 국제 기구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볼커 터크 유엔 인권 고등 판무관은 "생필품마저 보급을 차단해 민간인 생존을 위협하는 완전 봉쇄는 국제 인권법에 분명히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전쟁 이전에도 60%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은 "전기와 물과 식량, 연료의 차단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고 국제보건기구(WHO)는 "병원들이 계속 가동될 수 있도록 필수 의약품만이라도 통행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이스라엘 정부에 폭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의료용품, 물과 전기만이라도 들여보내 달라"며 "모든 가자지구 주민을 테러리스트로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대해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국 영토 안에서 자행된 학살과 인질 납치의 충격 속에 30만명 이상의 예비군을 소집하며 복수열을 불태우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에 대한 복수가 한창이던 지난 9일 "가자지구의 파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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