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서 민간인 포함 수천명 사망
민간인 사망 계속땐 국제여론 악화할 수도
헤즈볼라·이란 참전하면 중동전쟁으로

▲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에 대한 미사일 공습으로 도시가 폐허로 변했다. ⓒ 로이터통신
▲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에 대한 미사일 공습으로 도시가 폐허로 변했다. ⓒ 로이터통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례없는 규모의 이스라엘 기습을 감행한 지 4일째인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격 때마다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이-팔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한 가운데 인질 문제, 레바논 이슬람 무장조직 헤즈볼라와 이란의 참전 여부와 확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10일 CNN,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테러 직후 수십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하고 230만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를 전면 포위하는 등 "강력한 복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남부 지중해에 인접한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지역이다.

◆ 전면전으로 민간인 포함 수천명 사망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하마스의 주말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최소 770명이 사망하고 4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까지 나서 '피의 복수'를 선언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전면 봉쇄를 선언하고 75년 분쟁 역사상 가장 격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 지중해에 인접한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지역이다.

이스라엘군은 9일(현지시간) 밤에만 200곳을 타격하는 등 이른바 '철검'(Iron Swords) 작전으로 전투기, 선박, 대포 등을 동원해 현재까지 1000곳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790채의 주택이 파괴되고 5300개의 건물이 손상됐으며 주민 40만명이 단수 등을 겪고 있다. 18만명 이상의 가자지구 주민이 노숙자가 됐으며 이들 다수는 거리나 학교에 모여 살고 있다.

가자지구 칸 유니스 병원에선 시체를 더 이상 수용할 공간이 없어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시신을 서둘러 수습하라고 요청했다.

비상 대피소로 사용되던 한 시립 건물도 타격을 입었다. 국경 근처의 아바산 알 카비라를 탈출한 후 가족과 함께 그곳에서 피난처를 찾았던 35세의 알라 아부 타이르(Ala Abu Tair)는 "사망자가 엄청나게 많고 사람들은 여전히 잔해 속에 있다"며 "가자지구엔 안전한 곳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도시에서 피난하고 있다. ⓒ 로이터통신
▲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도시에서 피난하고 있다. ⓒ 로이터통신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며 세 아이의 아버지인 라드완 아부 알 카스(Radwan Abu al-Kass)는 이 지역이 공격을 받은 후 알 리말 지구에 있는 자신의 5층 건물에서 마지막으로 대피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지역 전체가 방금 지워졌다"고 말했다.

볼커 터크 유엔 인권 고등 판무관은 "이스라엘이 타워 블록, 학교, 유엔 건물에 대한 공격으로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국제 인도법은 민간인을 살리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며 이 의무는 예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 복수와 인권 저울질하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해 지상군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 정권을 잡은 후 전면 지상전은 일어난 적이 없다.

다만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인질을 보호하기 위해 보복을 제한할 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하마스 대변인 아부 우바이다(Abu Ubaida)는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민간인 주택을 폭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포로 한 명을 경고 없이 살해하고 그 장면을 방송하겠다"고 말했다.

가자지구는 세종시와 비슷한 360㎢ 면적에 230만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해 세계적으로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마스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37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기습 이후 "하마스가 숨거나 작전하는 모든 장소를 폐허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향해 "하마스 전투원들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라"고 공지했지만 좁은 땅에서 민간인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없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들에게 "방공호로 피신하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가자지구엔 그런 공간이 없다.

이스라엘은 원칙적으로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마스 무장 세력을 뿌리 뽑는다는 방침이지만 인질과 민간인을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국제사회의 여론이 돌아설 수 있어서다.

◆ 5차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헤즈볼라와 이란의 참전과 함께 중동 전체의 전쟁으로 확전될 위험도 언급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장 부유한 아랍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 협정을 앞두고 있던 가운데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것은 다른 이슬람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이집트 주미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인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 AFP 통신
▲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이집트 주미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인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 AFP 통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하마스와 지난 8월부터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를 논의하는 회의에 이란혁명수비대와 이란이 지원하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 4개 무장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공격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983년 창설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다. 1975∼1990년 장기 내전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맞서 저항 운동을 한다는 명분으로 무장을 해제하지 않았다. 레바논 정부군과 맞먹는 병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미 주말 동안 이스라엘과 제한적인 교전을 벌였다.

8일 헤즈볼라는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점령지를 향해 로켓과 박격포를 쏜 뒤 배후를 자처했다. 골란고원은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분쟁 지역이다. 2006년 34일 동안의 전쟁 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다. 이튿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무장 세력들을 사살하고 헤즈볼라 초소 여러 곳을 공격했다.

아랍 도시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마스의 후원자인 이란은 공격을 축하했지만 직접적인 역할은 거부했다.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 이란 최고 지도자는 텔레비전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국기 모양의 스카프를 두르고 "우리는 시온주의 정권에 대한 공격을 계획한 사람들의 손에 키스한다"면서도 "이란이 배후에 있다는 비난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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