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세대 나이스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다는 메세지가 표시되고 있다. ⓒ 교사 업무포털 홈페이지
▲ 3세대 나이스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다는 메세지가 표시되고 있다. ⓒ 교사 업무포털 홈페이지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수학 교사로 일하는 박모씨는 26일 세이프타임즈와의 통화에서 "1학기 기말고사 시험 준비로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시험 때문이 아닌 새로 개통한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작동 오류 때문이다.

박씨는 "시험 출제는 진작 완료했지만 시스템 오류로 일부 학교에서 문제 유출이 우려돼 문항을 모조리 바꾸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교사노조연맹 등에 따르면 2824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21일 개통한 4세대 나이스의 오류로 기말고사 시즌을 맞은 초중고 교육 현장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다른 학교의 시험 정답이 노출되는 문항정보표 출력 오류로 이미 출제한 문제를 재편집하거나 준비된 시험지를 폐기 후 재인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험 일정까지 연기한 학교도 나왔다.

학생들의 수행평가 성적이 과목별로 뒤죽박죽 섞이거나 다른 학교 학생 성적이 출력되는 등 기말고사 진행은 물론 이후 성적 처리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프로그램 자체의 불안정으로 빈번한 오류와 튕김 현상이 지속, 같은 일을 여러번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발생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나이스 시스템은 학생의 성적과 생활기록, 출결사항, 교원의 인사정보 등을 입력·관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시험 답안지 입력과 출력도 이뤄진다.

그런데 개통 첫날부터 업무 집중 시간대에 시스템 속도가 느려지는 등 접속 오류가 속출했고 급기야 지난 22일 서울과 경기 지역 일부 학교에선 과목별 답안지를 출력하는 중 다른 학교의 답안지가 출력되는 일이 벌어졌다.

교육부는 같은날 답안지 인쇄 기능을 중지하고 시험 문항과 답안의 순서를 변경해달라는 공문을 전국 초·중·고교에 보냈다.

일선의 교사들은 갑작스런 시스템 변경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박씨는 "교육부는 9월 수시 지원 기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지금이 시스템 도입에 적정한 시기라고 말하지만 안정성이 확보되지도 않은 프로그램을 기말고사 직전에 도입해야만 했나 하는 불만이 교사들 사이에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고 중·고교 성적처리 기간인 6월 무리하게 시스템을 개통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사전에 개발된 화면시스템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연을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요구했으나 끝내 받지 못했다"며 "시행 시기가 성적처리 기간에 맞물려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강력하게 전달했지만 사전 오류 테스트를 하겠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5일 '4세대 나이스 개통상황 점검 영상회의'를 열고 "학교 현장에 혼란과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문항정보표를 변경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수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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