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가 대기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들을 처리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남윤영 전 동국제강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들여 조사했다.
남 전 사장은 2012~2018년 조달청이 발주한 6조8442억원 규모 철근 단가 계약 입찰에서 동국제강이 현대제철·대한제강·한국철강·와이케이스틸·환영철강공업·한국제강 등 6개 제강사와 낙찰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데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3일 이들 기업 임직원 세 명을 구속한 뒤 전·현직 대표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검찰은 15일 오전 김연극 동국제강 대표와 강학서 현대제철 전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SPC그룹도 최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허영인 회장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SPC그룹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허 회장 자녀들이 보유한 SPC삼립에 조직적으로 일감을 몰아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제강사들 담합, SPC 일감 몰아주기 외에도 한국타이어그룹과 롯데칠성의 계열사 부당지원, KB손해보험 등 7개 손해보험사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험계약 입찰 담합, SK플래닛 등 4개 휴대폰 소액결제 업체의 연체료 담합 등 여러 사건의 공소시효가 이달 말 만료된다.
검찰은 이들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정거래조사부 검사 개개인에게도 맡은 사건을 책임지고 공소시효 안에 마무리하라고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강도 높은 수사가 잇따르며 기업들이 연말에 줄줄이 재판에 넘겨질 수 있어서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올해에만 삼성전자(삼성웰스토리 일감몰아주기), 네이버(부동산사업 관련 시장지위 남용), 빙그레·롯데푸드·롯데제과·해태제과식품(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하림·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마니커·체리부로(닭고기 가격 담합) 등 여러 기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수사하고 있다"며 "법인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공정위 고발에서 빠진 개인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