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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의 핵심 서비스들이 먹통이 됐다. ⓒ 김지현 기자

카카오가 지난 15일 경기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핵심 서비스들이 먹통이 되며 전국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올해 초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사용자는 4743만명으로 대다수 국민이 이번 '카카오 대란'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 난 건물은 SK C&C의 데이터센터가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으로 지하 3층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건물은 카카오, 네이버, SK 통신사가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설이다.

카카오는 안양 등 전국 4곳의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두고 있는데 판교 데이터센터에 대다수 서버가 들어 있다.

화재 여파로 카카오의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장애가 발생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 주차 서비스도 마비돼 해당 서비스를 이용 중인 주차장에 차를 세운 운전자들은 출차를 못하는 상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SNS 등에는 업무상 피해를 봤다는 시민들의 하소연도 줄지어 올라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해당 건물 안에 있던 20여명은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8시간여 만인 오후 11시 46분쯤 진화됐다. 카카오톡은 화재가 발생한 지 10시간을 넘긴 후에야 일부 기능을 겨우 살렸지만 사진·동영상 전송이 막히는 등의 오류가 이어졌다.

이는 카카오톡이 시작된 지 12년 만의 최장 시간 서비스 장애다. 카카오톡은 앞서 지난 4일에도 20분간 접속 오류를 빚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16일 오전 SK C&C 판교캠퍼스 B동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판교 데이터센터에 있는 3만2000대 가운데 1만2000개 정도가 복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날 오후 2만대(62.5%)까지 서버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가 2010년 창사 이래 메신저부터 포털 다음과 멜론 인수, 카카오택시 등 다방면으로 몸집을 불려온 데 비해 정작 핵심인 데이터 관리는 한 바구니에 담은 실책이 이번 사태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용자들은 이번 사태로 카카오의 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께서 겪고 계신 불편과 피해에 대해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카카오 등이 책임 있고 신속한 서비스 복구를 하도록 정부 부처도 노력을 다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 '무료' 카카오톡은 보상 어려워 … 유료 서비스도 보상 기준 따져 봐야

서비스 장애에 따른 이용자 피해보상이 어떻게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선 일단 유료 서비스 위주로, 현금보다는 이용권 형태 보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본 카카오톡은 무료 서비스여서 보상받기가 쉽잖은 실정이다. 

카카오 유료 서비스 이용약관에 따르면 '정전, 정보통신설비의 장애·고장, 이용량 폭주나 통신두절 등으로 정상적인 서비스 제공에 지장이 있는 경우' 보상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무료 서비스는 그렇지 않아 직접적 보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악플랫폼 멜론과 카카오웹툰은 16일 이용권 보상책을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추후 확인되는 사항을 별도 안내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들은 이번 오류로 한동안 손님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브랜드 광고를 하는 업체의 경우는 광고료를 내는 유료 서비스 이용자이기 때문에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카카오 이모티콘 플러스와 다음 프리미엄 메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유료 서비스라도 세부 약관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보상 기준은 따져봐야 한다. 카카오는 이번주 동안 피해 신고 접수를 받을 예정이며 신고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범위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피해를 본 분들을 위한 보상 정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카카오가 피해 원인, 대응조치 등을 이용자에게 고지하도록 점검하고 복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피해 상황·보상 등 관련 대책을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 '대국민 통신 장애' 일으킨 '카카오 먹통' … 책임은 누가 ?

이번 사태를 두고 책임 소재도 논란거리다. 정부 부처와 업계선 먼저 업체가 피해 고객들에게 보상한 뒤 SK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관건은 이번 대국민 IT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책임이 어느 쪽에 더 클 것이냐의 여부다. 

IT 업계선 카카오의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이중화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체로 공감하는 한편 우선적인 책임은 관리 부실로 데이터센터 화재를 일으킨 SK C&C에 있음을 부인하는 시각은 없다.

2014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삼성SDS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 입주사였던 삼성 계열사들이 고객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주고 삼성SDS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정확한 보상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카드가 청구한 금액만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SK C&C가 부담해야 할 보상액수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SK C&C가 손해 규모를 산정해서 배상금을 협의하겠지만 과거 삼성SDS 사례와 비교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SK C&C 데이터센터에는 3만2000여대의 서버 규모로 8년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앞서 KT는 2018년 서울 서대문구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화재로 서울 일대 유·무선 통신 장애를 초래, 연 매출 30억원 미만 소상공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 카카오·SK C&C 경영진, 국감 증인 채택

한편 여야는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카카오와 데이터센터를 관리한 SK C&C 경영진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합의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오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 회장에 대한 증인 채택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관리 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성하 SK C&C 대표,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서울서초을)은 "이 조그마한 지역에 불이 나서 네이버, 카카오 전체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배상·보상 문제와 관련해선 적극적으로 좀 더 넓은 범위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데이터 취약' 카카오 … 덩치 키우느라 급급해 관리 태만했나

카카오가 자체 데이터센터도 없이 서비스만 성급히 늘린 탓에 재난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다른 서버를 이용해 20분 안에 복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서버의 전원을 모두 차단하자 취약성이 드러났다. 카카오가 판교 데이터센터 한 곳에 가장 많은 서버를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서버 3만2000대 전체가 다운된 것은 IT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례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대처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 판교 데이터센터에 상대적으로 적은 서버를 뒀기 때문에 복구가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춘천·판교·안양 등 서버를 분산시키는 작업을 오랫동안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중화가 잘 돼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고 밝혔다. 이중화는 같은 데이터를 복제해 분산 저장하는 방식이다.

카카오의 경우 덩치에 걸맞지 않게 데이터센터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성장에 급급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IT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비상대응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화재나 자연재해, 해커 공격 등에 대비해 민간 서비스라도 핵심적인 것은 범정부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화재 등에 대비해 이중화 조치 등 재난 복구 계획이 제대로 짜였어야 한다"며 "카카오는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고 있어 한계가 있는 데다 재난 대응 계획도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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