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150여년 전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처럼 폭탄선언을 한다.

니체는 왜 신을 죽였을까. 그가 평생의 스승으로 여기던 쇼펜하우어의 영향 때문일까. 아니면 '영원회귀' 사상과 '초인'으로 대변되는 그의 철학적 담론에 의한 것일까.

무엇보다 니체는 인간을 신뢰했고, 신을 배경으로 서슴없이 자행되는 사회적 부조리와 인간존엄이 멸시되는 현상을 참지 못했던 철학자다.

그런 사상적 토대로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고 한 때는 목사를 꿈꾸었던 그가 과감하게 '신의 죽음'을 외쳤다.

그렇다면 현재 '신'은 이 땅에서 사라졌을까. 천만에 '신'은 여전히 건재하다. 니체가 말한 기독교의 '하나님'도 건재하고, 불교의 '사카모니'도 건재하고, 기독교와 같은 하나님을 섬기는 이슬람의 '야훼'도 건재하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신' 들은 지금도 사회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미국 대통령은 유대인과 기독교의 선택여하에 따라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각종 선거에서 종교계의 지지여부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정도로 막강하다.

반면에 갈수록 종교의 이미지가 퇴색해지고 도덕성마저 의심되는 일들이 적지 않게 일어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 김춘만 논설위원

종교인 과세가 주요골자인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 개정 법률안>이 입법예고 됐다. 1968년 이낙선 국세청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종교인 과세가 50년만에 윤곽을 잡은 것이다.

부침을 거듭하고 마지막까지 일부 종교계의 반대로 누더기가 됐지만 그래도 종교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종교계의 재정에 대한 정보는 다른 기관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고 연구논문조차 충분치 않다. 다만 2013년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와 재정 투명성'이라는 한 세미나에서 한국교회의 1년 헌금액이 '6조원'을 상회한다는 정보로 어림잡아 추정해 볼 수 있다.

불교와 다른 종교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엄청난 돈 이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늦었지만 종교도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보편적 일원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종교는 '성(聖)'을 형이상학적 기반으로 하지만 종교가 자리하는 곳은 바로 형이하학적인 '속(俗)'이다.

기독교는 '이웃사랑'을 경전의 근간으로 할 정도로 구제와 봉사, 자비를 최대 의무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있다.

"너희가 이 형제들 중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한 일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 (마태20:25)

불교의 화엄사상과 연기설 또한 존재하는 모든 것의 연관성을 가르치고 있다.

"쌀 한 톨에는 농부의 땀과 햇빛과 바람과 온갖 생명들이 깃들어 있으니 그 작은 쌀 한 톨 안에 우주가 들어있다."

이슬람 또한 같은 신을 믿는 사람을 형제로 부를 만큼 관계를 중요시 한다. 특히 수입의 최소 2.5%를 자선기금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긴다.

종교에서 가르치는 공통점은 바로 '관계(Relationship)'다. 종교가 신의 위대함을 설파하기에 앞서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고, 더불어 '속(俗)'안에서 함께 어우러질 때 바로 신의 위대함과 종교의 순기능은 저절로 이루어 진다.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따는 엄청난 능력의 신이나 그 대변자 보다는 함께 땅에 떨어진 돌을 주울 줄 아는 존재를 더 갈망하고 있음을 종교와 종교인들은 알아야 한다.

■ 김춘만 논설위원 = 세이프타임즈 10기 기자스쿨을 수료하고 생활안전에디터에 이어 논설위원으로 재능기부 하고 있다. 행정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주)현대포스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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